"왜곡될 수도" 비판 불구 언론보도의 핵심 돼버려
민심 파악 위한 편의주의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 인용 보도는 결과적으로 희대의 오보 경쟁이었다. 대다수 언론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까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민주통합당 한명숙 후보를 15%포인트 안팎으로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오 후보는 0.2%포인트 차이의 신승을 거뒀다.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수도 서울의 시장 선거 전망을 두고 모든 언론이 유권자들에게 그릇된 정보를 쏟아 부었던 셈이다.
실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언론계에선 여론조사 보도와 선거 결과가 극심한 차이를 보인 것과 관련해 공개적인 반성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한국일보 칼럼은 “투표 일주일 전 마지막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 지지율 변화가 20%포인트에 달한 것은 여론조사가 엉터리였다는 사실 말고는 달리 설명이 안 된다”면서 “유권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해 투표에 혼란을 끼친 점은 뼈저리게 자성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이변은 없다… 기자들이 민심 몰랐을 뿐”이라는 주제로 1개 면을 할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역시 언론을 향해 “여론조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사이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는 질책을 쏟아냈다.
언제부터인가 큰 선거 때가 되면 ‘여론조사 만능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빠지지 않는다. 정치권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명분을 앞세워 여론조사를 공천과 선거전략 수립에 ‘신주 모시듯’절대적 중요성을 부여하고, 언론도 별다른 검증 없이 민심을 파악하는 유일무이한 수단으로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행태에 대한 지적이다. 아이러니한 건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 여론조사의 큰 맹점을 절실하게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이나 정치권 모두 이런 행태가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언론이 민심을 정확하게 짚어내려는 노력을 손쉬운 여론조사 보도로 대체하는 편의주의에 안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여론조사 관련 보도가 선거보도의 핵심이 되어버린 게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조언이다. “여론조사는 그야말로 유권자 판단을 돕는 ‘소극적 지식’의 하나로, 실체를 정확하게 들여다보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선거 때 언론 보도가 여론조사에 집중되는 건 자칫 언론 본연의 비판기능을 본질적으로 잃는 것일 수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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