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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터져 죽을 것 같아요" 환각 속 119 신고했다 잡힌 마약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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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터져 죽을 것 같아요" 환각 속 119 신고했다 잡힌 마약범

입력
2014.05.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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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있던 여자가 건네 준 화장품 크림을 발랐는데 얼굴이 타 들어가는 것 같고 눈도 따가워요. 가슴이 터져 죽을 것 같아요.”

지난 5일 0시 30분쯤 119에 다급한 목소리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신고자 이모(41)씨는 “샤워하고 나온 뒤 여자가 화장품으로 날 공격했다”며 “호텔에서 뛰쳐나와 서울 논현동 지인의 집으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전날 밤 서울 대치동 테헤란로 인근 H호텔에서 여자친구 백모(31)씨와 투숙하던 중 화를 입었다는 것이다.

신고를 받은 강남소방서는 즉시 경찰에 알렸고, 구급대원들은 이씨를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했다. 경찰관들은 병원에 가서 신고한 남성을 살피고 사건이 벌어졌다는 호텔방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상한 화장품’을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횡설수설하는 백씨를 불러 집중 추궁했다. 백씨는 고개를 떨구며 “뽕(마약)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씨가 환각 상태에서 벌인 해프닝이었던 것.

경찰 조사에서 백씨는 이씨와 함께 호텔방에서 히로뽕(메스암페타민)을 0.03g씩 투약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백씨에게 시약 검사를 한 결과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마약 전과가 있는 두 사람은 1년 전쯤 헤어졌다가 이날 다시 만나 마약을 했다고 백씨는 털어놨다.

경찰은 이날 오전 병원에 있던 이씨를 체포했다. 환각 상태에서 119에 신고했다가 스스로 덜미를 잡힌 꼴이다. 옛 연인은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함께 구속됐다. 수서경찰서는 14일 이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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