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박지성(33) 등장의 전후로 나뉠 수 있다. 1980년대 ‘차붐 신화’를 만들어낸 차범근(62)이 있었다면 21세기 한국 축구 최고의 아이콘은 박지성이었다.
수원공고 이학종 감독의 추천으로 1999년 명지대에 입학한 박지성은 2000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대표팀과 치른 평가전에서 당시 허정무 대표팀 감독의 눈길을 사로 잡으면서 태극 마크를 달았다. 박지성은 이듬해 일본 J리그 교토상가로 이적, 프로선수로서 첫 걸음을 내디뎠다.
박지성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놀라운 체력과 돌파를 선보이며 4강 신화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당시 대표팀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아 에인트호벤에 입단, 유럽 리그에 진출했다. 박지성은 2004~0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AC 밀란과의 4강 2차전에서 골을 기록, 한국인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골 맛을 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 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박지성은 2005년 7월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꼽히는 맨유에 입단,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빅리그에서 주전 경쟁이 힘들지 않겠냐는 주변의 우려 속에서도 왕성한 활동량과 성실함을 앞세운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2012년까지 맨유에서의 7시즌 동안 207경기에 출전, 29골22도움을 기록했다. 맨유의 4차례 정규 리그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2007~08)에 힘을 보탰다. 2008~09시즌에는 한국인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대표팀에서도 박지성의 활약은 이어졌다. 2000년 4월5일 라오스와의 아시안컵 예선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박지성은 지난 2011년 1월25일 일본과의 아시안컵 준결승까지 100경기에서 13골을 기록했다.
2002 대회에서 막내 축에 속했던 박지성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주축으로 나서 우승 후보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터트리는 등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쳤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주장을 역임, 사상 첫 원정 16강의 일등 공신이 됐다.
그는 2011 아시안컵에서 다시 한 번 주장 완장을 차고 우승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준결승에서 일본에 패해 꿈을 접었다. 이것이 마지막 A매치였다. 박지성은 2011년 1월31일 축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년간 뛰었던 국가대표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지성은 2012년 맨유를 떠나 퀸즈파크 레인저스(QPR)로 이적했다. 2012~13시즌 팀의 주장을 맡으며 어린 선수들을 이끌었지만 끝내 QPR은 최하위로 강등됐다.
박지성은 2013년 8월 유럽 무대 첫 소속 팀이었던 에인트호벤으로 임대 이적, 8년 만에 네덜란드 무대로 복귀했다. 과거 에인트호벤에서 선수로 함께 뛰었던 필립 코쿠 감독과 함께 마지막 축구 인생을 보냈다.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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