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9년 만의 사령탑 복귀전은 무난히 치렀다. 시즌 도중 부임이라는 중책을 떠 맡은 양상문(53) LG 감독이 첫 경기인 13일 잠실 롯데전을 승리하며 분위기 쇄신의 계기를 마련했다. 1경기로 속단은 이르지만 베테랑을 중용하는 한편 웃음기를 빼고 냉철한 경기 운용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시즌 도중에 외부에서 새 감독이 부임한 건 프로야구 33년 역사에서도 딱 두 번밖에 없었다. 흔치 않은 첫 번째 사례는 프로야구 초창기인 1983년 MBC였다. MBC는 당시 창단 감독이었던 백인천 감독이 사생활 문제로 팀이 어수선해지자 전기리그 16경기 만에 백 감독을 낙마시키고 한동화, 유백만 감독대행으로 운용했다. 이어 전기리그 막바지던 6월25일 고(故) 김동엽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임명했다. ‘빨간 장갑의 마술사’로 불렸던 김 감독은 원래 MBC의 창단 감독이 유력했으나 해태가 먼저 데려가면서 뒤늦게 MBC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김 감독은 빠르게 팀을 재정비하며 후기리그 50경기에서 30승1무19패, 승률 6할1푼2리의 호성적으로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 놓았다. 김 감독 특유의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해 이뤄낸 결과였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이전에 관리 야구를 넘어 스파르타식 강훈련의 대명사였다. 비록 해태와 한국시리즈에서는 보너스 지급 문제 끝에 선수단이 태업하다시피 해 1승4패로 패했고, 김 감독도 물러나게 됐지만 단기간 팀을 추스른 성공적인 감독 교체였다.
두 번째 경우는 공교롭게도 백 감독이 주인공이었다. 2002년 롯데는 우용득 감독이 부진하자 김용희 감독대행에 이어 6월25일 백 감독을 정식 감독으로 영입했다. 그러나 백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뒤 71경기에서 18승53패(0.254)의 처참한 성적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그 해 롯데는 35승1무97패(0.265)로 최악의 꼴찌에 머물렀다. 무기력한 경기를 보다 못한 롯데 팬들은 10월19일 한화전에서 ‘무관중’시위를 벌여 단 69명의 관중이 입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세 번째 사례가 된 양 감독은 팀 분위기만 보면 2002년 롯데보다는 1983년 MBC에 가깝다. 반등할 수 있는 기본 전력은 충분한 LG에 필요한 건 양 감독의 리더십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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