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당시 배에서 가장 먼저 빠져 나왔던 기관실 선원들이 부상을 당한 채 쓰러져 있던 조리원 두 명을 보고도 외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눈 앞에 있던 부상자를 방치했다는 점에서 이들을 포함한 생존 선원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질타가 커지고 있다. 이 조리원들은 아직 실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죄 여론 높지만 고의성 입증돼야
수사본부는 구속된 기관실 선원 두 명이 “기관부 침실 앞 3층 통로에서 부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조리원 두 명을 봤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구조된 후에도 해경에게 얘기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13일 밝혔다. 사고 직후 기관실 선원들은 조타실에 있던 기관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자신들만 아는 선원 통로를 통해 3층에 집결한 후 해경정을 타고 배를 빠져 나왔다. 탈출한 기관실 선원 7명 중 조리원을 외면한 선원은 모두 4명이었으며, 이들은 집결지에서 40여분 동안 구조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따라 생존 선원들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퇴선 안내 방송 등 승객 대피와 관련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에 더해 눈 앞에서 부상 당한 동료들을 보고도 외면했기 때문이다. 구호 임무를 하지 않은 무책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탈출을 위해 승객을 고의로 버린 것이 아니냐는 심증이 확산되며 살인죄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수사본부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이번 주 선원들을 재판에 넘길 예정이지만 이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할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고의로 승객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냥 두면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 이상으로 자신들의 탈출 시간을 벌기 위해 대피 방송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는 등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팀 내에서도 “살인죄로 일단 기소해 법원에서 판단을 받아보자”는 쪽과 “여론 때문에 무리한 법 적용을 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수사는 언제, 어느 범위로 하나
수사본부는 해양경찰에 대한 수사 착수 시점과 강도를 두고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당초 수사의 마지막 수순으로 해경의 구조 활동에서의 위법성 여부를 한번 따져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지난달 목포해경 상황실과 진도ㆍ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대한 압수수색 후 해경에 대한 수사는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해경 초동 대처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해경에도 이번 참사의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 수사본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사고 신고 접수부터 현장 구조 활동까지, 총체적인 부실 대응으로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과 함께 직무유기 혹은 과실치사 혐의까지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수사본부는 “해경 수사는 아직 미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사본부 내에서는 현재 직무유기나 과실치사로 죄를 묻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들의 감정은 이해하지만 아예 구조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죄를 묻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르면 다음주쯤 해경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 결국 무혐의 결론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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