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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져도 내 새끼 찾고 나서..." 안정제로 버티는 실종자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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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져도 내 새끼 찾고 나서..." 안정제로 버티는 실종자 가족들

입력
2014.05.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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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 28일째인 13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자 수녀가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침몰 사고 28일째인 13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자 수녀가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발…. 엄마야, 으흐흑.” 13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 한 어머니가 힘겹게 내뱉은 소리는 신음에 가까웠다. 일렁이는 파도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어머니는 곡(哭)을 할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은 듯 주저앉았다. 세월호 침몰 참사 28일째, 기상 악화로 중단됐던 수색이 사흘만인 이날 새벽 재개돼 시신 1구가 수습됐지만 내 아이는 아니었다.

한 달 가까이 구조 소식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의 몸과 마음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 ‘어떻게든 피붙이를 찾아 돌아가겠다’는 정신력만으로 이들은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팽목항 가족 텐트에서 10여m 떨어진 대한적십자사 급식소에서 밥을 먹던 한 실종자 가족이 “이러다 애들 얼굴도 못보고 내가 쓰러지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실종자 아버지는 “쓰러져도 내 새끼 찾고 쓰러져야지. 부모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줘야지”하며 밥을 넘겼다. 실종자 가족대기소에서 불경을 펴놓고 기도를 하던 한 어머니는 “하루 종일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몸 상태에 신경 쓰는 것조차 사치”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가족들의 건강이 큰 걱정이다. 응급진료소에서 만난 의사 김모(48)씨는 “자원봉사자나 잠수사들도 피로가 쌓여 진료소를 찾는데, 정작 실종자 가족들은 오지 않는다”며 “걱정이 돼 먼저 찾아가도 한사코 ‘괜찮다’고 손사래를 친다”며 한숨을 쉬었다. 물리치료사 양수영(40)씨는 “밤도 못자고 종일 스트레스를 받아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있는데 치료를 받으러 오지 않아 걱정”이라며 “가족을 찾아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지속적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고 이튿날부터 팽목항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약사 최기영(55)씨는 “초기에는 충격으로 가족들이 우황청심환 같은 진정제나 두통약을 주로 찾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열악한 환경과 ‘피붙이를 과연 찾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 때문에 수면제 안정제 피로회복제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가족들이 일종의 공황상태에 이르러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한편 기상 악화로 10일 수색을 중단했던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이날 오전 수색을 재개, 시신 1구를 수습했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범대본)는 합동구조팀이 이날 0시 50분부터 3층 선미 통로, 4층 선수 좌측 통로ㆍ선미 다인실, 5층 중앙 통로 등을 수색했다고 밝혔다. 합동구조팀은 오후 정조기 때 4층 선미 다인실에서 시신을 수습했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사망자는 276명, 실종자는 28명이다.

범대본은 선체 증축공사 담당업체, 증축 도면을 승인한 한국선급 등 관계자를 불러 현장 잠수사들과 붕괴 우려가 큰 선체 칸막이 등에 대한 안전대책과 진입방법을 논의했다.

진도=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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