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심근경색으로 혈관확장(스텐트) 시술을 받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입원 사흘째인 13일에도 수면 치료를 받았다. 심장기능과 뇌파는 안정적이며 저체온 치료도 이날 오후 끝났지만, 의료진은 진정치료를 좀 더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직도 의식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13일 삼성에 따르면 의료진은 지난 48시간 동안 이어진 저체온 치료를 이날 오후 2시쯤 끝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심장기능과 뇌파 신호는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다만 보다 안정된 상태에서 의식을 회복할 수 있도록 당분간 수면 상태를 유지하는 진정치료를 계속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정치료는 심근경색으로 심폐소생술을 받으면서 약해진 심장 등 장기에 갑작스럽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진정제와 치료 악제 등을 투여해 의식회복을 늦추면서 혹시 있을지 모를 뇌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측과 의료진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 회장은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이 확실해 보인다. 삼성관계자도 "바이탈 사인(생체신호) 등이 양호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식회복 시기는 현재로선 정확히 예상하기 힘든 상태다. 스텐트 시술 이후 인공심장역할을 하는 에크모 부착, 저체온 치료 등 주요 치료는 대체로 끝났기 때문에 이제는 이 회장이 자력으로 의식을 회복하는 과정만 남았다는 것이다. 진정치료 역시 이 회장이 최대한 의식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가능한 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한 과정이라는 게 전문의들의 전언이다. 다만 의료진은 이 회장이 고령이고 지병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일반적인 경우보다 천천히 의식회복을 유도하는 방식의 진정치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일각에선 이 회장이 의식을 회복하더라도 심근경색 후유증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 대학병원 심장전문의는 "(뇌 손상 여부 등은) 사전에는 알 수가 없고 깨어난 후의 상태를 봐야 확인할 수 있다. 현재로선 일단 의식부터 회복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밤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심근경색을 일으켜 인근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고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돼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이후 심장박동 정지로 혈액 공급이 중단된 장기에 급작스레 혈액이 공급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뇌 손상 등을 막기 위해 체온을 섭씨 33도 정도로 낮게 유지한 뒤 서서히 체온을 정상 상태인 36.5도까지 올려 의식이 돌아오도록 만드는 저체온 치료를 48시간 이상 받아 왔다.
한편 삼성그룹은 이날도 정상 업무상황을 이어갔다. 이 회장의 가족 외에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등 그룹 수뇌부만 오전 한때 삼성서울병원에 들른 뒤 업무에 복귀했으며, 각 계열사들은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었다. 이 회장이 건강을 회복하더라도 당분간 현업복귀는 힘든 상태인 만큼, 현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는 분위기였다.
한편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도 상승세를 지속, 전날보다 0.86% 오른 140만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2% 넘게 오르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 폭이 줄어들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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