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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대규모 토건사업이 아니라 안전과 삶의 질에 더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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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대규모 토건사업이 아니라 안전과 삶의 질에 더 관심"

입력
2014.05.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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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저녁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작은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테이블에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타요 버스' 모형이 놓여 있었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k.co.kr
재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저녁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작은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테이블에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타요 버스' 모형이 놓여 있었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k.co.kr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인터뷰는 12일 저녁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결정되는 시점에 진행됐다. 인터뷰 도중 정몽준 의원이 여당 후보로 확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박 시장은 “정 후보는 경륜이 있지만 개발시대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다”고 겨냥했다. 그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여 주는 깨알 같은 정책으로 서울을 글로벌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면서 ‘안전’에 방점을 찍었다.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정치적 행보를 자제했던 박 시장은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를 찾은 뒤 언론 인터뷰에 나서는 등 캠페인 시동을 걸었다. 박 시장은 자신이 ‘꼼꼼한 살림꾼’임을 부각시키려 했다. 그는 경전철 사업 등에 대해서는 재정 확보 방안을 거론하면서 “미세함 섬세함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작은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그는 인터뷰 직후에 시장실 입구에 전시된 보도블록 모형들을 보여줬다. 지하철 2호선 추돌 사고에 대해서는 “시장의 책임이 크다”면서 사과했다.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시정에 전념해도 힘들다”면서 선을 그었다. 다음 주에는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 인터뷰를 게재한다.

인터뷰= 김광덕 선임기자

_지난 2일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추돌 사고가 발생해 249명이 부상 당했는데, 서울시장 책임론도 거론된다.

“서울시장 책임이 크다고 생각해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이번 사고는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였다. 서울메트로는 서울시 산하기관이므로 감독 책임이 있는 시장으로서의 책임이 있다.”

_지하철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난 7일 지하철 운영시스템 10대 개선방안을 발표했는데, 단기ㆍ중장기 방안들이 포함돼 있다. 훨씬 더 정교하게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안전 종합마스터플랜을 만들어 가기로 했다.”

_지하철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분야는 무엇인가.

“전동차 노후화가 사고의 직접 원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노후화가 여러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후 차량과 시설 교체에 예산이 들어가야 한다. 또 기술과 사람이 늘 고장 나고 실수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2중, 3중의 방어막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도 기술과 사람의 문제, 충분치 않은 관제 문제 등이 있었으므로 종합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_세월호 침몰 참사로 충격에 빠진 국민들이 슬퍼하고 분노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붕괴됐음을 보여 준 세월호 참사는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의미를 묻고 있다. 압축성장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안전과 사람 중심의 가치들이 무시되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우리가 성장과 탐욕에 매몰돼 ‘나 혼자 잘 살면 된다’는 인식을 가지면서 초래된 비극이다. 앞으로 시대를 구분할 때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있었다고 말해야 할 정도이다.”

_세월호 침몰과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개혁하고 대비해야 하는가.

“기본과 원칙, 상식과 합리, 균형 등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사소해 보이는 많은 것들이 무시돼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됐다. 서울시장으로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면서 작은 것을 제대로 챙기라고 말해 왔다. 대표적 사례가 보도블록 혁신을 강조한 것이다. 보도블록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서 어떻게 글로벌 도시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_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관료들의 무기력, 무책임, 무능력 등이 지적됐는데.

“과거 경제성장 과정에서 관료들이 했던 역할은 크다. 그런데 사회가 점점 더 발전하고 복합화되면서 민간의 전문성이 굉장히 높아졌으므로 관료 시스템이 민간과 협업하는 거버넌스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위키피디아 행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서울시는 다양한 업무의 위탁운영 시스템, 중간 지원기관 설립, 전문가와의 협업 등을 통해 각계의 정책 제안을 받아들이고 있다. 또 공무원 순환근무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문관 제도를 도입했다.”

_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의원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 후보는 7선 국회의원이므로 정치적 경륜이 있는 분이다. 다만 생각이 과거 개발시대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제시한 공약이나 말한 내용을 보면 21세기 서울시가 글로벌 도시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창조성. 혁신성, 시민참여 등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_서울시장 선거 대결 구도가 확정됐는데, 승리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된다고 보는가.

“(약간 웃으면서) 그것을 알면 점쟁이다. 어쨌든 만만한 선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

_세월호 참사 이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야권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지고 있는데.

“세월호 참사 앞에서 유불리를 따지는 것조차 죄송한 마음이다. 누구도 세월호 참사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하물며 지방정부를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_‘조용하고 소박한 캠페인’을 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뜻인가.

“과거와 같은 유세차 동원, 세 과시형 대규모 유세, 시민 펀드 모집 등은 적절치 않다. 작고 겸손하면서도, 비용을 확 줄이는 선거운동이 돼야 한다.”

_2011년 보궐선거 때 15대 분야 327개 공약을 내걸고 서울시장으로 당선됐는데, 공약을 어느 정도 이행했는가.

“자체 점검 결과 공약 이행도가 지난 연말 85.6%에 이르렀다. 이번 임기 중에 거의 100%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실천하기 어려웠던 채무 감축과 임대주택 8만호 건설 공약도 실행됐다. 이것을 실행해 준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_새누리당은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박 시장이 재임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했고, 서울시에 활력이 떨어졌다”고 비판했는데.

“요란한 전시행정과 대규모 토건사업을 해야 도시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1970년대의 낡은 개발 패러다임이다. 내가 서울시에 들어와서 많은 갈등 현안을 줄이거나 해결했다. 채무 감축은 물론이고 뉴타운과 재개발 등 서울시가 난장판처럼 벌여놨던 개발 프로젝트들을 출구 전략을 세워서 정상 궤도로 돌려놨다. 짧은 기간 시장으로 재직했지만 지난해 서울시 관광객이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금융위기 이후에 가장 많은, 6조4,000억원 정도의 외자를 유치했다. 모리재단의 평가에 의하면 도시 경쟁력도 내가 취임하기 전 9위였는데 지금은 6위로 올랐다.”

_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어떤 이슈가 주요 쟁점이 돼야 하는가.

“거대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행복과 삶의 질을 높여주는 정책들이 훨씬 더 시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서울에는 이미 존재하는 훌륭한 랜드마크가 세 가지 있다. 역사, 자연, 인재들이다. 이것을 잘 활용하면 뉴욕 런던 파리 못지않은 도시가 될 수 있다. 150층 고층건물이 들어선다고 글로벌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시장을 한 텀(임기) 더하면 7년쯤 되니까 상당히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 정 후보가 용산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약했는데.

“6개월 전 파산한 정책, 그 개발사업을 또다시 하겠다는 걸 서울시민들이 용납하겠는가.”

_박 시장은 처음에는 경전철 사업에 대해 부정적이었는데, 최근 적극 추진 입장을 밝혔다.

“경전철 사업에 반대한 것은 아니었고, 재정 지출이 큰 사업이므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2년 동안 타당성 조사를 통해 타당성도 확보됐을 뿐 아니라 경전철이 중요한 교통복지라고 생각해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교통의 소외지대인 동부권, 서남권에 주로 배치된다. 서울시의 경우 인구가 많은 데다 환승역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용인 의정부 등의 경전철과는 차원이 다르다.”

_서울시의 자문위원회인 청계천시민위원회가 최근 청계천을 생태ㆍ역사 하천으로 재복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청계천 복원은 탁월한 정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개발시대에 복개된 하천을 시민들에게 되돌려 준 정책이다. 문제는 너무 성급히 추진했다는 것이다. 외국 도시들의 큰 사업을 보면 수십 년 수백 년이 걸린다. 독일 쾰른의 대성당은 300년 걸려서 완성됐다. 더 여유를 갖고 역사성 자연성 생태성을 제대로 복원하고 시민의 접근성도 충분히 확보하면서 추진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마스터플랜을 만들어서 내 임기 내에 다 못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_‘서울시가 협동조합, 마을공동체 등을 적극 육성한 것은 야권의 지지 조직 키우기 아니냐’는 비판론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협동조합법은 2011년에 여아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법안이다. 새누리당도 사회적 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해서 뒤늦게 동의했다. 프랑스에는 사회연대경제장관이 있고, 영국에서는 사회적 경제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대적 추세를 잘 따라가서 양극화 사회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적 사회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이를 잘못 해석하는 사람들은 국제적 흐름이나 미래 비전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_이번에 시장으로 재선되면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를 텐데.

“지속적으로 ‘서울시장은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번듯하게 서울시를 만들면 여러 도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뿐 아니라 세계적 모델이 된다. 서울 모델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해 왔다. 서울시정에 전념해도 힘든데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_2017년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서울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_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국가관, 안보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는데.

“요즘 시대에 색깔 논쟁을 벌이는 것은 굉장히 시대착오적이다. 서울의 통합방위협의회 의장으로서 서울시의 재난, 안보에 대해서 중차대한 책임을 지고 2년 6개월 동안 잘 수행해 왔다. 그 전에는 대한민국의 검사를 지내고 변호사로서 공공적 사회활동을 해 왔다. 얼마나 트집 잡을 게 없으면 누구도 납득하기 힘든 문제를 제기하겠는가.”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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