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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타임

입력
2014.05.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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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외상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시간을 보통 사고 후 60분으로 본다. 의학적 용어로 ‘골든 아워(Golden Hour)’다. 이 시간 내 병원으로 후송해 적절한 처치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1957년 미국 메릴랜드 의대의 R 애덤스 코울리 박사는 1차 대전 때 프랑스 군의 의료일지를 토대로 60분이 지나면 생존확률이 급격히 줄거나 살더라도 치명적 내상을 입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응급환자를 앰뷸런스로 후송하다 헬기를 처음 동원하게 된 것도 골든아워의 개념이 정착되면서다.

▦ 우리의 외상환자는 연간 100만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적절한 처치를 받았으면 살았을 환자가 그렇지 못해 사망하는 확률을 ‘예방가능 사망률’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 비율이 30%를 넘는다. 미국에서는 후송까지 1시간이면 될 게 4시간 이상 걸리는 후진적인 여건 탓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13조원이 넘는다. 암환자의 두 배 수준이다. 코울리 박사의 주도로 주(州) 전역에 ‘응급진료서비스(EMS) 시스템’을 구축한 메릴랜드의 예방가능 사망률은 5% 미만이다.

▦ 의료계의 골든 아워 같은 결정적 시간을 통칭 ‘골든 타임’이라고 한다. 골든 타임은 우리 생활 어디에나 있다. 항공기 비상상황에는 ‘90초 룰’이 있고, 화재 현장은 ‘5분 남짓’이 가장 중요하다. 수면시간에도 오후 11시에서 다음날 새벽 3시를 골든 타임으로 친다. 이 시간이 포함돼야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그제 급박한 순간을 잘 넘긴 것도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은 결과다.

▦ 세월호 침몰 현장에 해경 경비정이 처음 도착했던 지난달 16일 오전 9시30분부터 선실에서 마지막 카카오톡이 전송된 10시17분까지의 골든 타임 47분 동안 해경이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섰다면 승객들을 대부분 구했을 것이라는 검ㆍ경의 조사가 나왔다. 깨진 창문 사이로 구조를 기다리는 승객들의 얼굴을 보면서도 해경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시스템이니 뭐니 다 그만두더라도 소명의식이란 게 있는 것 아닌가. 인성까지 마비시키는 썩은 관료주의가 무섭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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