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4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새누리당은 기업가 출신 최다선 현역의원을 앞세워 서울시장 탈환에 나섰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로 명성을 얻은 현직 시장을 수성의 선봉에 내세웠다.
서울시장 자리는 전체 지방선거 승패의 가늠자로 여겨진다. 인구 1,000만명을 대표해 연간 20조원의 예산과 공무원 5만명을 움직이는 ‘소통령’이면서 유력 대권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질 만큼 정치적 위상이 높기 때문이다. 여야가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총력전을 준비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양당 후보는 여러 면에서 대비된다. 12일 새누리당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의원은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로 1988년 13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뒤 19대까지 7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여의도 정치권과 국제 축구계에서 화려한 이력을 쌓아 왔다. 반면 일찌감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확정된 박원순 시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표적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의 대부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과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 사건 등을 변호했고, 1994년 참여연대를 설립해 사법개혁ㆍ소액주주 운동 등을 이끌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동반하락하고 있는 새누리당 입장에선 정 의원의 서울시장 승리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가 박근혜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강해진 만큼 수도 서울의 정치적 상징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경선 과정에서 네거티브전이 극에 달했던 만큼 당내 주류인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연이은 대선 패배 이후 와신상담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은 이번 지방선거 승리를 차기 총선과 대선 승리로 가는 지름길로 보고 있다. 이 점에서 서울시장 자리를 지켜내는 건 필수다. 정치적 측면에서만 보면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 무능론’이 확산되면서 상황이 호전된 게 사실이다. 박 시장 본인은 물론 당 차원에서도 박 시장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경쟁력 있는 대권주자군(群)을 확보할 수 있다.
후보 등록을 코 앞에 둔 현 시점에선 박 시장이 다소 앞서 있다는 분석이 많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과의 격차를 거의 좁혔던 정 의원의 상승세가 참사 이후 주춤하면서 격차가 다시 벌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 의원이 경선 승리 후 막내아들의 ‘국민정서 미개’ 발언을 거듭 사과하며 눈물을 보였지만 그 여파가 본선에서 어떻게 투영될 지도 관건이다. 반면 안전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선 아무래도 시정을 책임져온 박 시장이 서울지하철 충돌사건 등으로 수세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