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형이가 의사자로 인정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아픔을 함께하면서 그간 참았던 슬픔과 분노가 다시 역류하는 느낌을 주체하기 힘듭니다.”
지난해 여름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 당시 친구들을 구하다 숨진 공주사대부고 고(故) 이준형(당시 18세)군이 12일 의사자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이군의 어머니 문광숙(47)씨는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목소리는 격한 감정에 휩싸인 듯 크게 떨렸다.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자신들만 먼저 살겠다고 승객을 버린 채 배를 빠져나온 선원들과는 대조적으로 친구를 구하기 위해 차가운 바닷물로 뛰어들어간 이 군의 의로운 행위는 마땅히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위의 말에 문씨는 수긍을 하면서도 “의사자로 지정됐다고 아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잖아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의사자로 지정된 이 군은 지난해 7월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 해수욕장에서 발생한 사설 해병대캠프 사고 당시 먼저 무사히 물 밖으로 빠져나왔으나 함께 빠진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바다로 들어가 친구들을 해변으로 끌어내다 파도에 휩쓸려 숨졌다.
문씨는 이 군과 함께 숨진 다른 학생 4명이 이번에 의사자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격분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어떻게 일 처리를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사고 당시에는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 등 모든 것을 다 해 줄 것처럼 하더니 지금 와서는 의사자 인정조차도 인색하기 짝이 없는 걸 보면 유족들을 기만한 것 같아 참을 수가 없습니다.”
문씨는 태안 해병대 사고에 대해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던 교육부가 의사자 지정등 후속조치에 제대로 나서지 않자 지난해 12월3일부터 문제해결을 요구하며 최근까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소중한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문씨에게 이번 세월호 참사는 다시 가슴을 미어지게 하고 있다. “생떼 같은 아이들이 어이없이 희생되는 사고를 또다시 접하면서 우리 유가족들의 마음은 그들과 같이 또 한 번 찢어질 듯 아픕니다. 정부는 말로만 재발방지 대책을 이야기할 뿐 실제 이뤄지는 게 하나도 없잖아요.” 그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했다. 문씨 등 유족들은 세월호 사고 직후 진도를 찾아가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아픔을 함께하기도 했다.
문씨는“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 때도 정부에 다른 것은 다 제쳐놓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만을 요구했는데 10개월이 지나도록 지금까지 이행된 게 하나도 없다”며 “정부가 우리의 요구 사항을 제대로 이행했다면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나 세월호 참사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지금 언론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것도 그때만 반짝 일뿐 시간이 지나면 또 쉽게 잊혀지잖아요. 아무리 좋은 대책이 나와도 정부가 제대로 의지를 갖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소용없습니다. 이번만은 정부가 제대로 된 안전 대책을 세워 다시는 꽃 같은 아이들의 목숨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정말로 세상이 바뀌어야 합니다.”
대전=허택회기자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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