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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과 갈등, 그런 것 없어… 자식같은 아이들 찾겠다는 생각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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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과 갈등, 그런 것 없어… 자식같은 아이들 찾겠다는 생각 뿐"

입력
2014.05.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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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투입된 민간 잠수사 양유홍 씨
세월호 투입된 민간 잠수사 양유홍 씨

“목숨 걸고 실종된 아이들 찾으려고 물에 들어갑니다. 우리는 소속이나 이런 거 생각 안하고 애들 찾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10일 오후 늦은 시간 전남 목포에서 만난 민간 잠수사 양유홍(45)씨는 세월호 수색 작업 현장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해경과 민간 잠수사와의 갈등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수색 현장은 너무나 엄혹해서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고 그는 말했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거센 물살 속에서 해경ㆍ해군 잠수사와 민간 잠수사들이 2인 1조가 돼 “서로의 생명을 지키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양씨는 “대부분 실력 있고 경험 있는 잠수사들이고 여러 현장에서 함께 일을 해본 경험도 있다”며 “잠수사 간의 불화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잠수 경력 22년의 양씨는 잠수사가 부족하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4일 도착했다. 언딘에 배정돼 수색 작업에 참여한 그는 8일 오후 늦게 275번째였던 안산 단원고 학생의 시신을 수습했다.

“8일 오후 9시 30분쯤 입수를 기다리고 있는데 먼저 물에 들어간 선배 잠수사 조모씨가 무선으로 ‘(여기는) 다이버, 탑사이드(해면 위 통신부를 부르는 말), 실종자 2명 발견’이라고 통신해서 바로 물에 뛰어들었어요.”

빠른 물살에 대한 긴장감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실종자의 시신을 맞닥뜨린다는 두려움이 동시에 찾아 왔다. 하지만 “내 자식 같은 아이를 빨리 건져야겠다”며 양씨는 물에 뛰어들었다. 양씨가 입수하자 거세기로 유명한 맹골수도의 조류가 자신의 몸을 바람에 날리는 깃발처럼 휘둘러 정신이 아득해졌다. 올해 고교를 졸업한 아들과 중3 딸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아이를 건져내겠다는 일념으로 조금씩 잠수해 나갔다.

선내에선 시야가 30~4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머리와 겨드랑이 부근에 라이트를 부착하고도 그랬다. 조금만 움직임이 커도 부유물들이 다 일어나 조심스레 가이드라인을 잡아당기며 이동했다. 앞서 들어간 선배 잠수사 조모씨가 꼭 껴안고 발견된 두 학생 중 덩치가 큰 아이를 떼내 올라갔다. 격실 안을 더듬어 작은 학생의 몸을 찾은 후 훼손되지 않게 살살 잡아당긴 양씨는 학생을 단단히 끌어안았다. “가자 가자. 아저씨가 따뜻한 곳으로 데려가 줄게”라고 달래며 선체 입구까지 이동한 그는 해경 잠수부들에게 시신을 인계했다.

당시 학생의 모습이 떠올랐는지 잠시 말을 멈춘 양씨의 눈에는 눈물이 비쳤다. 그는 곧 “이렇게 좋은 일 하면서 우리가 왜 욕을 먹는지 모르겠다”며 “다들 소속이 어디건, 보험이니 계약이니 그런 건 신경도 안 쓰고 아이들 구하겠다는 생각들뿐인데 현장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해서 힘만 빠진다”고 했다.

양씨는 세월호 수색 작업이 자신이 경험한 가장 힘든 작업이라고 했다. 맹골수도보다 물살이 더 센 울돌목에서도 작업해 봤지만 이번 작업은 학생들을 빨리 건져야 한다는 정신적 부담감이 크고 계속해서 수습되는 시신을 지켜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양씨는 “휴식 시간에도 아무도 방에 들어가서 쉬지 않고, 다들 작업을 지켜 본다”며 “대부분 선잠을 자고, 악몽을 꾸고 소리지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실종자를 찾겠다는 마음으로 육체적ㆍ정신적 부담을 견뎌내고 있다고 양씨는 말했다.

양씨는 “잠수사들에게 지원도 잘 되고 있으니 힘내서 아이들을 구해달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며 “다른 것 신경쓰지 않고 구조 작업만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양씨는 하늘을 쳐다 보며 “날씨가 빨리 좋아져야 수온이 더 올라가기 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올 텐데…”라고 혼잣말을 했다.

글ㆍ사진 목포=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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