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통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관료개혁을 어떻게 추진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달 말 박근혜 대통령은 “관료사회의 적폐를 뿌리 뽑겠다”며 “공무원 임용방식과 보직관리, 평가, 보상 등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해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그러자 즉각 안전행정부가 나서서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을 자초한 안행부의 개혁주도 모양새에 반대 여론이 빗발쳤다. 관료개혁을 관료 스스로의 ‘셀프 개혁’에 맡겨서는 수십 년의 적폐를 고칠 수 없다는 비판도 거세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관료사회의 적폐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낙하산 인사’라는 퇴직 관료들의 민간 재취업이 고질적 민관유착으로 이어지는 ‘관(官)피아’ 구조는 현장에서 원칙과 규정의 작동을 가로막은 치명적 걸림돌이었다. 뿌리깊은 부처 이기주의와 ‘칸막이 행정’은 초기 구조상황에서 유기적 소통은 고사하고 큰 혼란과 불신만 불렀다. 간부 수나 조직ㆍ시설을 늘리는 데는 예산을 물 쓰듯 하면서 정작 구조ㆍ구난 시스템은 외면한 해경의 조직 비대화 과정도 관료사회의 ‘밥그릇 키우기’의 전형이다.
따라서 관료개혁은 비단 재난총괄기구의 구축에 그칠 수 없다. 단기적으로 유기적 재난 대응체계와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는 ‘관피아’ 구조의 혁파를 위해 임용부터 퇴직 이후까지를 아우를 관료시스템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관료 전체를 사회의 공적(公敵)으로 볼 게 아니라, 유능한 관료들이 비리와 ‘낙하산’ 유혹 없이 공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유례 없는 참사로 우리 사회가 전면적 관료개혁의 명분과 에너지를 확보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발상의 전환 없이는 모처럼의 시도조차도 과거처럼 흐지부지 되기 십상이다. 대통령 지시로 안행부가 추진하는 식이어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민간과 정부, 여야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정권을 초월한 대계(大計)를 세워 추진할 수 있도록, 거국적 추진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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