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민간 소비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겠느냐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앞으로도 상당 기간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가 9일 긴급민생대책회의를 열고 선제적 대응책을 모색한 데에는 이런 우려가 짙게 깔려있다.
소비 둔화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우선 세월호 사고를 전후로 신용카드 승인액 규모가 확연히 달라졌다. 전년 동기 대비 신용카드 승인액 증가율은 4월 첫째 주 7.7%였지만,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4월16일부터 20일 사이 6.9%로 떨어졌다. 4월 넷째 주에는 증가율이 1.8%에 불과하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소비 감소가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라는 점이 뚜렷하다. 골프장, 노래방 등 레저업 신용카드 승인액은 참사 이전인 4월1일부터 15일까지 전년 동기보다 12.9% 증가했지만, 16일부터 30일 사이에는 3.6% 감소세로 돌아섰다. 백화점 매출 역시 4월 첫째 주에는 4.5% 증가세를 보였지만, 넷째 주에는 0.2% 감소세로 돌아섰다. 할인점의 경우에는 같은 기간 증가율이 0.2%에서 마이너스(-) 4.7%로 악화됐다. 문화시설 이용도 눈에 띄게 줄었다. 4월 넷째 주 주말 영화 관람객 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28.8%나 감소했고, 이 기간 놀이공원 입장객수는 무려 68.3%나 급감했다. 세월호 희생자 애도 분위기로 사치나 유흥성 소비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 경제도 타격이 상당하다. 가장 영향이 큰 곳은 단원고가 위치한 경기 안산과 사고가 발생한 전남 진도군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회의에서 보고한 내용을 보면 안산시의 경우 식당, 노래방, 택시 등의 매출이 50% 이상 줄었고, 진도는 200톤이 넘는 세월호 기름 유출까지 겹치면서 민박과 낚시 관광객이 급감했다. 전남에서는 함평 나비축제를 비롯해 26건의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됐고, 인천 역시 중국 카페리 예약 취소가 줄을 잇고 인천항 여객선 이용객이 70~80% 감소했다. 제주도도 지난 달 16~23일 수학여행자 수가 예년보다 70% 이상 급감하는 등 세월호 여파는 전국 각지로 번지는 모습이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민생대책회의에서도 관광 업계와 소상공인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관광업계에게는 1997년 외환위기보다 더한 위기다” “가을에도 수행여행이 중단되는 건지 미리 알 수 있으면 좋겠다” 등의 얘기들이 쏟아졌다.
관건은 앞으로 세월호 참사 여파가 얼마나 더 이어질 것이냐다. 서해 훼리호 침몰사건이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대구지하철 참사 등 과거 대형 사고 때도 그 여파가 오래 지속된 적은 없었다. 특히 미뤄둔 소비로 지갑 속에 남아 있는 돈은 언젠가는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국민들이 입은 충격은 과거 사고에 비해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경기가 미약한 회복 추세에 있던 시점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LG경제연구원은 “사회적 불안과 심리 위축이 고착화되면 미약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다시 위축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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