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인기를 침투시킨 북한을 옭아맬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임무명령데이터였다. 비행좌표를 분석하면 무인기가 북한에서 넘어왔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주와 백령도, 삼척에서 잇따라 무인기가 발견됐지만 바로 이 한방을 확보하기 위해 군 당국은 최종 결론을 미뤘던 것이다.
명백한 침투 흔적을 찾아라
무인기는 입력된 좌표에 따라 비행한다. 위성항법장치(GPS) 수신기가 장착돼 있어서다. 따라서 무인기가 이륙하는 발진지점과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복귀지점이 모두 휴전선 북쪽으로 저장돼 있다면 이는 북한 소행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비행좌표는 무인기의 중앙처리장치(CPU)에 내장된 메모리 칩에 담겨 있다. 한미 양국이 25명의 전문가를 투입해 임무명령데이터를 해독하는데 주력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섣불리 메모리를 분해할 수는 없었다. 생소한 중국산 제품이었던 탓이다. 전류가 과도하게 흐르거나 전원이 꺼진다면 GPS정보가 고스란히 날아갈 우려가 있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8일 “중국에서 같은 제품의 회로 안내서를 입수해 분석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파주와 백령도,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각각 개성과 해주, 평강 인근지역에서 이륙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2군단, 4군단, 5군단 관할 지역이다. 다만 북한의 군부대 안에서 무인기를 띄웠는지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무인기 2대는 도로나 도로 근처에서 이륙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차량에 실린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하고 장소를 옮기는 방식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무인기 비행 정확도 높은 편
무인기는 설정된 좌표를 따라 비교적 정확하게 비행했다. 조사팀이 비행조종 컴퓨터에 내장된 자료를 추출해 비행경로를 확보한 뒤 무인기 메모리에 저장된 촬영사진과 비교한 결과 파주와 백령도 무인기의 경우 비행계획과 사진촬영 경로가 일치했다.
특히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의 경우 입력된 비행거리가 423㎞에 달했다. 북측으로 복귀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남한 전역을 망라할 수 있는 거리다. 현재 우리 군의 레이더가 탐지할 수 있는 반사면적(RCS)의 최소 수치가 2.0인데 반해 북한 무인기의 RCS는 0.5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남측 어디든 무방비로 침투할 수 있는 셈이다.
북한 무인기에는 최대 4㎏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십~수백㎏에 달라는 전술핵무기를 싣거나 공격용으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하지만 향후 개발 여하에 따라 위협적인 무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군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네티즌이 제기한 의문점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일반 무선조종 비행기와 달리 무인기 3대 모두 날개에 그을린 자국이 없어 이상하다는 지적이 일자 조사팀 관계자는 “일반 무인기와 비교해 연료에 윤활유 성분이 적고 배기통의 방향과 날개 배치가 달라 그을음이 덜 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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