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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엘 시스테마' 라더니… 아이 꿈 빼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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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엘 시스테마' 라더니… 아이 꿈 빼먹었다

입력
2014.05.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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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계층 학생들에게 예술교육 기회를 주겠다며 추진된 한국판 ‘엘 시스테마(El Sistemaㆍ베네수엘라 아동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가 비리로 얼룩진 것으로 드러났다. 담당 공무원과 사업지원을 맡은 대학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돌아갈 예산 수억원을 빼돌렸지만 교육당국의 감시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12~2013년 ‘초중고 예술교육 활성화 사업’ 예산 2억7,000만원을 가로챈 교육부 공무원 박모(51ㆍ여ㆍ6급)씨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최모(56ㆍ5급)씨를 뇌물수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서울대 교수 김모(57)씨와 사업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이화여대 교수 정모(45)씨 등 5개 대학 교수 7명도 공범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평소 친분이 있던 박씨와 최씨는 2012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녀와 조카 등 친인척 9명을 이 사업 지원을 맡은 서울대 이대 등 5개 대학의 사업단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한 뒤 급여로 2억4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지난해 5월 서울대 사업단 법인카드를 받아 개인적인 일에 4,800만원을 사용했고 1,000만원 상당의 선물과 상품권도 챙겼다. 또 공무원이 아닌 사업단 연구원을 교육부로 데려와 각종 공문서와 대외비 문서, 국정감사 자료까지 작성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사업단은 거래업체에 사업비를 지출한 것처럼 조작한 뒤 현금을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6,000만원을 빼돌렸고, 이대 사업단은 연구원 2명을 허위로 등록해 급여 3,400만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대와 이대 사업단은 몇 만원이면 가능한 인터넷 배포용 오케스트라 악보 제작비로 1,000만~2,000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성신여대 사업단은 2,000만원인 해외시찰 예산을 서울시교육청 승인 없이 6,000만원으로 늘려 교육부 공무원 등과 지난해 6월 미국에 다녀왔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은 한 명도 데려가지 않았다.

예술교육 활성화 사업은 저소득층과 문화예술 소외지역 학생들을 위해 교육부가 2011년 시작한 국가시책이다. 특별교부금을 집행하는 시ㆍ도교육청은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케스트라나 예술동아리 등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교사들을 지도할 대학 사업단이 꾸려졌다.

하지만 사업단 선정과정부터 불투명했다. 이대는 2011년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진행했고, 서울대는 교육부 공무원 박씨로부터 전년도 사업자료를 받아 40여개 대학이 참여한 2012년 사업단 공모를 통과했다. 당시 외부심사위원으로는 문체부 공무원 최씨가 참여했다.

경찰은 이렇게 선정된 대학 사업단들이 공무원들의 요구에 따라 허위 정산서류를 작성하며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과 지난해 대학 사업단 예산 47억원 중 공무원과 대학 사업단들이 빼돌린 예산은 3억6,100만원에 이른다.

특별교부금을 집행하는 시ㆍ도교육청들은 연구원 허위등록, 정산서류 조작, 예산 불법전용 등을 관리ㆍ감독해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경찰조사에서 “교육부 직원이 직접 협의하고 지시해 현황 파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경찰의 감사의뢰를 받고 뒤늦게 부당한 사업비 집행 내역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는 사업단을 선정하지 않고 개별 학교로 예산을 내려 보냈다”며 “그 동안 시ㆍ도교육청으로부터 정산자료만 제출 받아 이 같은 비리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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