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로 사회 전반에 애도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부동산 시장도 숨을 죽이는 모습이다. 분양시장에는 다시 미분양이 늘고, 재건축 아파트 호가는 지난해 말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주와 이달 첫 주 1·2차 순위 이상 청약을 진행한 10개 단지 가운데 1순위에 마감한 단지는 ‘광주전남혁신도시 중흥S클래스센트럴2차’ ‘청주율량2지구 제일풍경채’ 등 2곳뿐이다. ‘목동 힐스테이트’와 ‘갈매 더샵 나인힐스’는 미분양이 발생했고, ‘세종중흥S클래스 리버뷰2차’는 3순위 청약에서 힘겹게 순위 내 마감했다.
심지어 재건축 단지인 ‘서대문구 홍제 금호어울림’은 2일 실시한 일반분양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91가구 모집에 단 2명만 청약하기도 했다.
이는 분양마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수십대 일의 청약경쟁률을 넘어서며 ‘완판’ 행진을 벌이던 것과 크게 달라진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중순 세월호 사고가 터진 후 추도 분위기가 확산된 것을 직접적인 이유로 꼽고 있다. 실제로 건설사들은 견본주택 이벤트와 경품행사 등을 축소하거나 내방객 수를 집계하지 않는 등 분양 관련 마케팅을 최대한 축소한 상태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25일 문을 연 서울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2차’ 견본주택의 경품 행사와 이벤트를 전부 취소하고 청약상담만 진행했고, 한 주 앞서 문을 연 대우건설은 ‘충주2차 푸르지오’도 예정됐던 현악4중주 행사를 취소했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으면서 분양시장이 주목을 받지 못했다”며 “당분간 이런 양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높아진 분양가를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평균 경쟁률이 1.64대 1에 그친 목동 힐스테이트의 경우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으로 예상보다 높게 책정돼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꼈다는 평가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분양시장이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면서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다소 높게 잡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분양시장은 입지와 분양가에 따라 철저하게 성패가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주택시장의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시장 분위기를 빠르게 반영해 ‘주택시장의 가늠자’로 불리는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일부 단지는 가격이 작년 말 시세 수준까지 떨어졌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전용 35.8㎡의 경우 지난해 말 수준인 5억7,000만∼5억8,000만원 선에 현재 매물이 나와 있다. 이 아파트는 작년 말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올해 초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2월 말 6억2,000만∼6억3,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었다.
문제는 이달 분양물량이 2002년 이후 최대인 전국 48곳 3만6,295가구에 달한다는 점이다.
다음달부터 6ㆍ4 지방선거와 브라질월드컵, 여름 휴가철 비수기가 이어져 이달 중 분양을 완료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물량을 쏟아내는 것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분양일정을 미루는 것은 인허가 등의 문제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여전히 사회 분위기가 무거운 상황이라 이달에도 마케팅 이벤트를 최대한 자제하며 차분하게 분양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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