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한류드라마‘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A씨는 의사소통 때문에 쇼핑을 하는데 애를 먹었다. A씨는 “극중 천송이가 착용한 액세서리를 사러 돌아다녔지만, 중국어로 된 안내책자가 없어 매장을 찾는데 한참 걸렸다”며 “그나마 찾은 매장에서도 종업원이 중국어를 할 줄 몰라 제품구입에 애로를 겪었다”고 하소연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B씨는 건강식품 구입을 강요 받고 마지못해 제품을 구매했다. B씨는 “처음에는 공짜라며 건강식품 시식을 권하던 상인이 이후 계속해서 귀찮게 상품구입을 독촉했다”며 “동행한 가이드의 체면을 생각해 가장 싼 제품을 하나 구입했지만, 여행 내내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한국을 찾은 중국과 일본 관광객 각 150명을 대상으로 쇼핑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에서 쇼핑할 때 가장 불편했던 사항으로 중국인은 ‘언어소통 불편’(57.3%, 복수응답), 일본인은 ‘상품구입 강요’(29.3%)를 꼽았다고 7일 밝혔다.
중국인은 이어 ‘안내표지판 부족’(34.0%), ‘불편한 교통’(21.3%), ‘비싼 가격’(17.3%) 등이 불편사항이라고 대답했고, 일본인은 ‘언어소통 불편’(22.7%), ‘안내표지판 부족(21.3%), ‘종업원 불친절’(15.7%) 순으로 불만사항으로 꼽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은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늘어나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상인은 많지만, 최근 5년새 3배 가까이 급증한 중국인을 응대할 수 있는 상인은 아직까지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을 찾은 중국인 입국자수는 연평균 34.1%씩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중국인 입국자가 433만명을 기록해 출입국 조사를 실시한 이후 처음으로 일본인 입국자 수를 넘어섰다.
이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을 사로잡으려면 쇼핑매장에 중국어 회화 가능자를 배치하고, 중국어 안내방송ㆍ책자를 제공하는 등 전략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또 관광불편처리센터를 적극홍보 해 구입강요, 바가지 요금 등을 쉽게 신고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중ㆍ일 관광객은 선호하는 상권에서도 다소 차이를 보였는데, 이는 양국 관광객들의 쇼핑품목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자주 찾는 쇼핑장소로 양국 관광객 모두 명동을 꼽았지만 그 외 선호하는 쇼핑장소로 중국인은 동대문, 일본인은 남대문이라고 대답했다. 대한상의는 “명동에서 화장품과 의류를 구매한 후 중국관광객은 한약재 시장이 밀집된 동대문을 찾는 반면, 일본인은 김과 건어물을 사러 남대문을 주로 찾는다”고 분석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