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 예상 시점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는 여럿 징후가 나타나 초읽기에 들어간 것처럼 보였지만, 이후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북한이 여전히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위험수위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당장 행동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지난달 21일 북핵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이래 줄곧 경고음을 내고 있다. 북한이 언제든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는 기술적 준비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4월 중순 들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안에 폭발장치와 계측장비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고, 갱도 주위에서 핵실험을 위한 통신장비와 지휘차량 움직임도 포착됐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2월 3차 핵실험 때와 같은 양상이다.
정부 관계자도 7일 “북한 갱도는 수년 전부터 굴착작업이 시작돼 이미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핵실험 준비에 필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북한의 정치적 결단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국 CNN 방송은 6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주말 갱도 입구가 방수포로 덮인 것을 포착했다”며 “이는 미국의 정찰위성이 핵실험 준비과정을 모르게 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이 그동안 보였던 부산한 움직임은 기만 전술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 위협을 고조시켜 미국이 강조하는 비핵화 사전조치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 29일 “핵실험에 시효가 없다”며 “11월 중간선거에서 오바마는 그 값을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점에 비춰 당장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그 동안 핵실험 위협을 과도하게 해석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는 정부의 곤혹스런 상황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유승민 국방위원장이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발표한지 8일이나 지났다. 이제는 갱도 안의 습기 때문에라도 북한이 장비를 뺄 것 아니냐”고 묻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금도 모종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얼버무리는 수준의 답변만 내놓았다.
통상 핵실험 준비의 최종단계로 언급되는 갱도 입구 되메우기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뉜다. 우리 정부는 “갱도 안에 12개 격벽이 설치돼 되메우기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지만, CNN은 “마지막 단계는 입구를 막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우리는 가급적 핵위협을 강조하고 싶어하지만 미측은 아무래도 신중한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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