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업은행(산은)과 정책금융공사(정금공)의 통합을 골자로 한 산업은행법 개정안. 앞서 법안을 본회의에 올렸던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법안 통과에 5개의 부대 조건을 달았다.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액수를 유지할 것, 정금공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부행장이나 이에 준하는 임원 및 조직을 구성할 것, 정금공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 통합위원회는 산은과 정금공의 의견을 균형있게 고려할 것, 그리고 통합 과정을 국회에 상시 보고할 것 등이다. 대부분 통합 과정에서 양측의 노-노(勞-勞)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내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산은에서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정금공이 떨어져 나온 2009년 10월 이후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두 기관의 간극은 점점 벌어졌다. 분리 이후 다른 기관들의 업무를 야금야금 침범하면서 조직과 인원을 늘려온 것. 특히 현 정부 들어 재통합이 추진되면서부터는 주도권을 쥐려는 두 기관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 관련 연구 조직의 경쟁적인 확대 조치다. 산은이 2월 조사분석부에 북한 및 동북아 관련 연구 파트를 신설한 것에 맞서 정금공은 4월 중순 조사연구실 산하에 통일금융팀을 새롭게 만들었다. 통합을 앞두고 조직을 축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정금공 측에서는 "통합 후 산은이 점령군이 돼 업무가 마비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산은에서는 "정금공이 무리하게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정금공 구성원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통합을 진행하겠다"(홍기택 산업은행장) "통합에 최대한 협조하겠다"(진웅섭 정금공 사장) 등 두 기관 수장들은 겉으로는 협조를 강조하지만 통합 과정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오죽 했으면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부대의견을 내건 뒤 법을 통과시켰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게 어디 두 기관만 탓할 일인가. 원죄는 정부에 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뗐다 붙이기를 반복하며 온갖 손실을 초래하고, 누구 하나 사과조차 없는 이런 현실이 언제까지 되풀이돼야 하는지 참 답답하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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