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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안방에서… 삼성 특허소송 2라운드 판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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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안방에서… 삼성 특허소송 2라운드 판정승

입력
2014.05.0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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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평결’은 없었다. 팔이 안으로 굽어도 너무 굽었다는 뒷말이 많았던 1차 특허소송 때와 달리 미국 배심원들은 이번 2차 소송에선 애플과 삼성전자에 대해 사실상 무승부를 선언했다. 보기에 따라선 삼성전자의 승리로도 평가된다. 하지만 배심원 대표는 한없이 길어지는 특허공방에 대해 “이번 소송의 패자는 결국 삼성도 애플도 아닌 소비자들”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 배심원단은 5일(현지시간) 애플과 삼성전자 모두 상대방 특허를 일부 침해했으며 ▦삼성전자는 애플에 1억1,962만5,000달러를 ▦애플은 삼성전자에 15만8,400달러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확정했다.

배심원들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중 ▦데이터 태핑 특허 ▦슬라이드 잠금해제 특허는 일부 또는 전부 침해했지만 ▦통합검색 특허와 ▦데이터 동기화 특허는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애플 역시 삼성전자의 디지털 이미지 및 음성기록 전송 특허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2차 소송에 대한 평결은 ‘애플 완승, 삼성전자 완패’로 끝난 2년 전 1차 소송 때와는 판이한 결과다. 당시 배심원단은 애플의 요구만 수용, 삼성전자에 대해 특허침해 결론과 함께 10억5,000만 달러를 물어주라고 평결했다. 새너제이 법원이 애플 본사 근처에 있었고 배심원들도 대부분 지역주민이었던 점 때문에 ‘앞마당 평결’이란 뒷말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무엇보다 애플도 삼성전자의 특허를 일부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양쪽 모두 상대특허를 침해했기 때문에 ‘무승부’로 보이지만, 1차 소송 때와 비교하면 내용상으로는 오히려 삼성전자의 승리라는 해석도 나온다.

애플이 애초 요구한 배상금액은 21억9,000만 달러. 하지만 배심원단은 배상액을 무려 18분의 1로 삭감했다. 삼성전자 역시 623만 달러를 요구했다가 40분의 1 수준으로 감액됐지만, 어차피 삼성전자는 돈 보다는 애플의 특허침해 사실에 대한 인정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실질 타격은 애플이 훨씬 크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가 “삼성전자가 (배상)금액을 크게 낮췄기 때문에 오히려 수비에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미국의 자존심’인 애플과 싸우면서, 또 다른 미국의 자존심인 구글을 우군으로 끌어들인 전략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애플의 주장한 특허들이 대부분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와 관련된 것이란 점을 부각시키면서, 이번 소송을 ‘애플 대 삼성전자’ 아닌 ‘애플 대 안드로이드’의 싸움으로 끌고 갔다. 실제로 USA투데이는 이번 평결을 ‘삼성과 구글의 승리’로 규정했다.

이번 평결을 계기로 삼성전자는 3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애플과 특허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특허전문 블로그인 포스페이턴츠(Foss Patent)는 “이번 평결은 삼성전자가 ‘모방꾼(Copycat)’이라는 애플 측 주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됐다”고 논평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전문가들이 결정하는 미 무역위원회(ITC)로부터 애플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결정을 받았지만 이번엔 일반 시민들에게서 특허 침해 결정을 얻어냈다는 점에서 미 소비자의 삼성전자에 대한 호감도가 과거보다 많이 올랐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애플은 상당히 수세에 몰리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라이언 러브 산타클라라 대학 교수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의 빠른 성장을 늦추기 위해 수년 동안 소송을 냈지만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업계에서조차 ‘애플이 점점 더 특허괴물로 변해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하지만 특허소송전이 길어지면서, 두 회사 모두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배심원 대표인 토머스 던험은 평결 후 “많은 엔지니어들이 (연구개발 대신) 변호사들과 답변서를 준비하는 일에 시간을 뺏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IBM에 오랜 기간 근무하며 특허관련 업무를 담당했다는 그는 “결국 소비자들이 패자가 되고 만다. 양사가 합의를 하는 길을 찾기를 바라며 이번 평결이 그런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번 평결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은 10월 말 이전에 내려질 전망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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