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본오동에 사는 손분희(49)씨는 올해 어린이날을 조용히 보냈다. 나이 마흔에 얻어, 뭐든 해주고 싶을 정도로 소중한 아들 상민(10)군에게도 “선물은 없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어린이날은 놀이공원에 데려가 흥겹게 보냈지만 올해는 6일 아들 손을 잡고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그는 “(놀러가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왔다”며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만 이래야 무거운 마음을 조금 덜 것 같다”고 말했다.
4일간의 연휴 동안 나들이 대신 분향소로 발길을 돌린 조문객들로 인해 안산 합동분향소는 평일보다 오히려 더 붐볐다. 특히 아이 손 잡고 온 부모,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 등 가족 단위 조문객들이 늘어났다.
‘이런 일이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늘에서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 ‘언니, 오빠들! 천국에서 꿈 꼭! 이루세요.’ 고사리손으로 삐뚤빼뚤 적은 아이들의 글이 추모게시판에 부쩍 늘었다.
조문객 오승은(40)씨는 “큰 아이가 뉴스를 보고 ‘언니 오빠들이 많이 무서워하고, 하늘나라로 갔다는데 기도 해주고 싶다’고 해서 오게 됐다”며 “연휴지만 다른 데 가기에는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엄마와 함께 조문을 마친 열한 살, 아홉 살 남매는 나란히 추모게시판에 ‘언니 오빠들 하늘나라 잘 가고 남은 언니 오빠들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다’ ‘형아 누나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잊지 못할 거야!’라고 적어 붙였다.
딸과 손자 등 3대가 함께 분향소를 찾은 홍선표(66)씨는 이번이 3번째 조문이다. 연휴 기간에는 내내 분향소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안산 와동성당에 다니는 그는 “사고 난 아이들 중에 우리 성당 다니는 아이들만 14명”이라며 가슴을 쳤다. 그는 “아이들 모두 꽃 필 나이인데 억울하게 죽은 게 얼마나 한이 될까 싶다”며 “손자들이 지금은 너무 어려 이해를 못하지만 두고두고 이 사건을 잊지 않고 이야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또 “시간이 지나면서 TV의 세월호 관련 뉴스도 많이 줄었는데 이렇게 잊혀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연휴 마지막 날인 6일까지 이어진 추모 행렬로 전국의 조문객 수는 14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날까지 131만3,378명이 전국 131개 분향소를 다녀갔고, 이날 안산 분향소에만 3만명이 넘는 조문객이 방문했다.
한편 이날 오전 합동분향소 한 켠에는 태국 국민들이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적어 보내온 20m 길이의 흰색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에는 ‘꼭 무사하길 바랍니다. 우리 태국인 함께 기도할 겁니다. 힘내시고 꼭 돌아오세요’ ‘Pray for South Korea’ 등 세월호 침몰 참사를 겪은 이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로 가득했다. 메시지는 지난달 18일 태국의 한 언론사가 방콕에서 주최한 추모 기도회에 참석했던 300여명이 작성한 것이다.
김병권 세월호 사고 가족 대책위원장은 태국 국민들에게 “눈물 나게 감사한다. 같이 슬퍼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안산=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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