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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화재라도 났으면… 아찔

입력
2014.05.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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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추돌 사고 직후 열차 내 승객들에게 안내 방송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혼란을 키웠다. 정전이 되고 매캐한 냄새까지 나는 상황에서 승객들은 서로 “침착하자”고 다독이며 자발적으로 출입문을 열고 열차를 빠져 나와 아찔한 순간을 넘겼다.

추돌 사고를 낸 2260열차 승객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열차가 멈춘 뒤 “앞차가 못 가고 있다. 잠깐만 기다려 달라”는 안내 방송이 차량 스피커를 통해 나왔다. 자칫 추돌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승무원들이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승객 대부분은 사고 초기 사고가 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지난달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참사 당시에도 선원들이 침몰 초기에 선내 안내방송으로 상황을 제대로 알렸다면 수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었다.

반면 승강장에 있던 앞 열차(2258) 승객들은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열차에서 빠져나갔다. 상왕십리역 안에서도 대형 사고를 우려해 승객들이 승강장으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역사 밖으로 나가라, 대피하라”는 구체적인 안내방송이 나왔다.

2260열차의 맨 앞 차량에 탔던 배승철(21)씨는 “어디로 대피하라는 방송은 나오지 않았다”면서 “열차에서 내려서 보니 기관사가 기관실에서 어딘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어떤지 몰라 당황한 순간 한 승객이 “침착하세요”라고 잇달아 외치고 나섰다. 닫힌 출입문을 열고 대피로를 확보한 것도 승무원이 아닌 승객이었다. 열차에 있던 군인 2, 3명은 스크린 도어와 출입문이 일치하지 않아 사람 한 명이 겨우 빠져나갈 공간밖에 없는 상황에서 먼저 노약자들을 부축해 대피시켰다. 이어 출입문 쪽 승객부터 한 줄로 열차에서 빠져 나갔다. 승무원 지시가 없었지만 먼저 나가려는 다툼 없이 질서정연하게 탈출이 이뤄졌다.

이 와중에도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2260열차의 뒤편 차량에 탄 승객들은 단순한 급정거인 줄 알고 열차 안에서 대기했다. 7번째 차량에 탔던 강성만(32)씨는 “안내방송에서는 아무 말도 없었는데 터널을 걸어 온 앞 차량 승객들이 알려준 뒤에야 사고가 난 줄 알았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서로를 배려하며 일사불란하게 탈출한 2260열차 승객 수백명은 추돌 사고 뒤 30여분이 지난 오후 4시 3분쯤 모두 지상 역사로 올라왔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추돌 직후 2260 열차에서 대피 안내방송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반대 선로에 열차가 들어올 수 있어 일단 대기하라고 했다”면서 “2호선 내ㆍ외선 열차 운행을 중단시키고 오후 3시 35분쯤 대피하라는 방송을 했지만 뒤 열차에서는 전선이 몇 개 끊어져 못 들었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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