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일 “한 사람이라도 더 실종자를 구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또 제대로 된 시스템도 만들고, 대안을 갖고 앞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말씀을 드리는 게 도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기자회견 등 직접적인 대국민 사과를 예고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 7대 종단의 종교지도자 10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로서 이번 사고에서 너무나 큰 국민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도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 석상에서의 사과 표명이 형식과 내용에서 문제가 있다는 비판적 여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사고 수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5월 중순쯤 대국민 사과와 함께 국민안전과 관련한 마스터플랜 등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저도 부모님을 다 흉탄에 잃어서 가족을 잃은 마음이 얼마나 견디기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통감하고 있다”면서 “저도 사실은 희망과 삶을 다 포기할 정도의 아주 바닥까지도 내려갔었는데 저 가족들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더 많이 힘이 되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사고 수습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유언비어와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 퍼짐으로써 국민과 실종자 가족에게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줘 정말 가슴이 아프다”면서 “이는 국민이나 국가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로서도 더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종교지도자들은 박 대통령에게 “관행이 아니라 올바름과 소신으로 일하는 사회가 되도록 강력히 개선해달라”고 주문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들은 또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데 그 이전에 참회하고 반성하고 잘못된 것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종교지도자들은 “법과 제도,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양심과 도덕의 시간이 아니겠느냐”며 “지금까지 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변형하는 것이 마음에 빨리 와 닿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종교지도자는 “누구를 비난한다고 될 일은 아니기 때문에 국민을 위로하고, 나라를 바로 잡는 데 대한 조언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 서정기 성균관장, 천도교 박남수 교령, 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협의회장 돈관 스님, 한국교회희망봉사단 대표회장 김삼환 목사, 천주교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등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각 종교지도자를 한꺼번에 초청해 간담회를 한 것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3월에 이어 두 번째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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