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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례는 치르지 않길 바랐는데… 이 돈은 제 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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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례는 치르지 않길 바랐는데… 이 돈은 제 돈이 아닙니다"

입력
2014.05.0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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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망해도 좋으니 이런 장례는 치르지 않길 바랐는데….”

경기 안산 제일장례식장을 3년째 운영하고 있는 박일도(59) 대표는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16일부터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30여명의 장례를 치르면서 매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다시피 하고 있다. 안산 단원구에서 십여년 동안 살며 두 명의 자녀를 키운 박 대표에게 피해 학생들은 자식과 다름없었다. 박 대표는 간절히 기적을 기원했지만 자식 같은 아이들이 하나 둘 차가운 시신으로 장례식장에 들어오자 미어지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했다.

“많이 울었죠. 우리 자식들도 단원고 주변에서 초중고를 모두 졸업했는데, 그냥 우리 자식 같은 애들이잖아요.”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변해 돌아온 아들의 시신을 부둥켜 안고 울다 실신한 어머니, 친구의 안타까운 죽음에 장례식장 구석에서 목놓아 우는 또래 학생들을 본 박 대표에게 장례 비용 수입은 달갑지 않았다. “지난달 결산을 해보니 평소보다 수입이 훨씬 늘었더군요. 온 국민이 아파하는 와중에 수익이 난 것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 돈은 제 돈이 아닙니다.”

그는 4월 장례식장 수익 결산을 한 뒤 평소보다 늘어난 이익금 5,000만원을 2일 오전 단원고에 기탁했다. 살아 돌아온 아이들이 계속 공부를 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써달라는 것이 박 대표의 기부 조건이었다.

박 대표는 고 남윤철 단원고 교사의 아버지를 만나고 나서 장학금 기탁을 결심했다. 그는 “아들을 잃어 가슴이 찢어졌을 텐데도 ‘제자들을 살리려다 간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한 아버지를 보니, 남 선생님이 그토록 사랑했던 아이들이 보다 나은 여건에서 공부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유난히 공무원들과 마찰을 빚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7일간 상주 입장에서 함께 울고 아파했다”면서 “그런데 유족들이 필요로 할 때 정작 공무원들은 자리에 없어 화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부를 향해 “제발 이번 사고를 잊지 말고 아이들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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