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년차에 접어 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여전히 불안정한 리더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처형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군부 서열 1위인 인민군 총정치국장 직위를 2인자 최룡해에서 수석차관급에 불과한 황병서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갈아 치웠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2일 “핵심 엘리트들에 대한 잦은 교체는 얼핏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는 과정으로 보이지만 거꾸로 김정은이 아직 확고한 권력 통제권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도 된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5ㆍ1절 경축 노동자연회 소식을 보도하며 황병서를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소개했다. 지난달 28일 일약 원수 다음의 북한군 계급인 차수 칭호를 받으며 총정치국장설이 나돌았던 황병서의 임명이 공식 확인된 것이다.
이번 인사는 북한 권부의 주도권이 김정은 3대 세습을 일군 후원세력에서 친위그룹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초점은 최고 권력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2인자를 만들지 않는 데 맞춰졌다. 숙청된 장성택은 물론, 김정은과 같은 ‘백두혈통’의 일원인 고모 김경희 당 비서마저 사실상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권력의 정통성은 백두혈통에서 나오는데 이제 남은 핏줄은 20대인 여동생 김여정밖에 없다”며 “김정은 체제를 떠받쳐 온 권력 지도부를 제거하면 제거할수록 세습의 정당성은 점점 옅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관심은 확실한 2인자로 평가받던 최룡해의 거취에 모아진다. 그는 지난달 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회의에서 장성택이 맡았던 국방위 부위원장 자리까지 꿰차며 군 총정치국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등 북한 권력의 3대 핵심 요직을 모두 차지했다. 갑작스러운 경질 원인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단 문책성 경질이란 게 중론이다. 북한 매체는 지난달 26일 김정은이 제681군부대 관하 포병구분대 포사격 훈련을 지도하면서 “싸움 준비가 잘 안돼 있다”며 군 정치 간부들을 질책한 걸 보도했다. 사실상 군을 대표하는 최룡해를 겨냥한 발언이란 평가가 많았다. 지휘통솔 과오의 책임을 물어 최룡해를 낙마시켰다는 것이다.
심상치 않은 최룡해의 건강 문제도 이유로 거론된다. 그는 요즘 지병인 당뇨가 심해져 대외 노출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올해 3월 김정은 공개활동 관련 기록영화에서 다리 저는 모습이 포착됐고, 작년 1분기와 비교해 김정은을 수행한 횟수도 49회에서 15회로 대폭 줄었다. 건강 문제라면 장성택과는 달리 전면적 숙청은 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은 숙청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숙청을 공식화한 장성택, 리영호 총참모장과 달리 최룡해는 해임에 관한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요 인사의 해임과 출당을 결정할 때 당 공식기구를 거치는 관행은 김정은 정권에서 새롭게 나타난 특징인데, 최룡해는 이런 절차가 없다는 얘기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도 “중대 실책이 아니라면 빨치산 혈통인 최룡해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며 “정치적 실권은 줄어 들겠지만 당분간 다른 직위는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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