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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지상파 3사의 일그러진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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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지상파 3사의 일그러진 민낯

입력
2014.05.0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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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에서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건 정부의 무능과 선박업계의 초대형 비리뿐이 아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내보내 사회적 불신을 확산시킨 언론에게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언론기관 중 국가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는 신뢰도에서 특히 큰 타격을 받았다. KBS는 사고 발생 사흘째인 지난달 18일 ‘뉴스특보’에서 ‘선내 엉켜 있는 시신 다수 확인’이라는 자막과 함께 관련 소식을 내보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시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오보로 확인됐지만 이후 불붙듯 일어난 유언비어와 음모론의 시발점이 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방송, 시청자를 혼동케 하고 지나치게 자극적인 언어로 피해자 등에게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이유로 KBS에 경고를 결정했다.

MBC는 사고 당일 승객들의 사망 사실이 미처 확인되기도 전에 보상금을 계산해 시청자들을 경악케 했다. MBC는 이날 ‘이브닝뉴스’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단체 여행자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상해사망 1억원, 상해치료비 500만원, 통원치료비 15만원, 휴대폰 분실 20만원 등을 보상한다”고 전했다. 구조작업이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은 18일 ‘뉴스데스크’에서는 선박 인양 방법을 상세히 보도해 실종자 가족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CNN방송은 수온 변화에 따른 생존 가능성을 뉴스로 다뤄 대조를 보였다.

구조 작업이 성과 없이 길어지면서 대중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KBS ‘뉴스9’는 ‘박 대통령, 참담한 심정…구조 최선 다해야’, ‘목숨 건 수색에 잠수병 10여명 치료 중’ 등의 기사를 연일 내보내며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지난달 17일 박 대통령의 진도 방문 소식을 당일과 그 다음날, 이틀 연속 다루기도 했다.

반면 참사와 관련한 여당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축소 또는 은폐를 시도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MBC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실종자 가족이 모인 체육관에서 라면을 먹어 논란을 일으켰으나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실종자 가족들의 행태를 문제 삼으며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고 주장했을 때도 메인뉴스에 이를 내보내지 않았다. 대신 세월호 사고와 직접적 연관이 없으면서도 실종자 가족 대표를 맡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인사와 관련해서는 ‘실종자 대표, 가족 아닌 정치인’이라는 제목으로 22일 단독 리포트를 내보냈다. 안광한 MBC 사장은 25일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2002년 효순?미선양 방송이 절제를 잃고 선동적으로 증폭되어 국가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데 비해, 이번 방송은 국민정서와 교감하고 한국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자화자찬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외신들이 일제히 ‘박 대통령의 위기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시각으로 이번 사고를 분석했으나 지상파 방송에서는 이런 논조를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71%(18일)에서 54%(24일)로 급락했다고 발표했지만 지상파 방송 3사 모두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언론이 의도적으로 왜곡된 사실을 내보낸다는 의심이 확산됐으며 이 같은 불신은 결국 지상파가 아닌 종편을 통해 표출됐다. 실종된 단원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는 지난달 27일 JTBC ‘뉴스9’와의 인터뷰에서 “배가 침몰되는 당일부터 조금만 사실적이고 비판적인 보도를 언론들이 내보냈더라면 아이를 살아서 만났을 거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가장 중요한 그 2, 3일 동안에 방송은 눈을 감아버렸다”고 침통해 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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