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희생자 가족 ‘생계 막막’ 기사에 쏠린 관심
세월호 침몰 참사로 생계를 책임졌던 가족을 잃어 오롯이 슬퍼하지도 못한 채 생계 걱정에 빠진 유가족들의 사연(본보 1일자 6면)에 시민들이 너도 나도 손을 내밀었다.
2일 한국일보에는 고 이제창씨의 부인 서모(49)씨와 고 이광진(42)씨의 가족을 돕고 싶다는 문의가 빗발쳤다. 바자회 수익금을 기부하겠다는 회사원, 일반인 희생자들의 사연을 영상으로 만들어 알리고 싶다는 방송영상학 전공 대학생들, 집안일이라도 거들고 싶다는 주부 등 많은 시민들이 작은 도움이라도 유가족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랐다.
대학생 박모(23)씨는 “액수가 많지 않지만 지인들과 모은 돈이 필요한 분에게 쓰여졌으면 좋겠다”고 전해왔다. 직장인 김모(34)씨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학생들 못지 않게 생계 걱정을 해야 할 처지의 일반인 희생자들 가족도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희생자 중 어느 한 사람도 보상, 지원에서 소외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남편과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보상금을 받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서씨를 위해 무료 소송 대리인을 자처했다. 서씨의 남편은 젊은 시절 한 차례 사업 실패로 재산 대부분을 차압 당했지만 건축현장을 누비며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성실한 가장이었다. 그는 자신의 채무가 혹여 아내에게 경제적 부담을 줄까 걱정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자식이 없던 이들 부부는 서로가 유일한 가족이며 친구였다.
유가족들은 시민들의 관심에 “감사하다”면서도 한결같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희생자들을 걱정했다. 치매 환자인 아버지와 노모를 두고 떠난 이씨의 매형 한성식(49)씨는 “어려움에 처했지만 알려지지 않은 가족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을 당시 남편과의 통화 내용을 떠올리며 다시 한숨 지었다. 남편은 “옆에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 먼저 구조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런 남편에게 서씨는 “당신 목숨이 중요한데, 당신부터 살아달라”고 절규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에게 “이 사람 이거 안 되겠네.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사랑하는 아내의 애원에도 침몰하는 배 안으로 뛰어들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지만 서씨는 당장 먹고 살 걱정부터 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는 더 어려울 가족들을 제쳐두고 언론에 알려졌다는 이유로 도움을 받아도 될지 몇 번이나 힘 없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제가 도움을 받아도 될까요?”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진도=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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