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적 재난 예방에 재정투자를 이전 계획보다 5% 이상 늘린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가 재난 예방에 인색해 세월호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들끓는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돈을 쓰겠다는 건지는 내놓지 못했다. 세부 계획도 없이 나라 재정전략이 급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1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무위원 및 민간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4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한 2014~2018년 5년간 국가재정운용전략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번 회의 결과를 토대로 9월께 내년 예산안과 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하게 된다.
정부가 가장 방점을 찍은 것은 안전 분야, 특히 사회적 재난 예방 투자 확대다. 정부가 작년 하반기 확정했던 2013~2017년 계획에 따르면 9,840억원(2013년) →9,440억원(2014년) →8,610억원(2015년) →7,830억원(2016년) 등 해마다 재난 관리 예산은 축소될 예정이었다.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마이너스(-) 4.9%에 달할 정도. 이렇게 안전 예산 배정에 인색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빗발치자 부랴부랴 향후 5년간 재난 관리 예산을 크게 늘리기로 한 것이다.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예산 증가율은 5.1%. 이전 계획(2013~2017년)에서 예산 증가율(-4.9%)이 마이너스였다는 걸 감안하면 이 정도를 늘려봐야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에 불과하다. 더구나 늘어난 예산이 어떤 사업에 얼마나 배정됐는지는 공개조차 하지 않았다. 사회적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안전시스템을 개조하겠다며 ▦통합 재난대응시스템 구축 ▦재난대응 교육·훈련 ▦연구개발·장비 투자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업을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규모도 작고 볼품이 없기도 하다”며 “재난 관리로 보기엔 성격이 애매한 사업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재난 예방을 부랴부랴 중요 안건에 급히 추가했지만,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공개하기엔 부담스럽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여론에 떠밀려 부랴부랴 급조할 것이 아니라 예산 배정에서도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해양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정부 예산이 지난해까지 한 푼도 없다가 올해 처음으로 신규 책정되거나, 선박운송 안전 확보 관련 예산이 2012년 51억원에서 작년에 18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곳곳에 누수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통상 오후 7시까지 운영되는 방과 후 돌봄서비스를 지역에 따라 10시까지 연장 운영하고, 향후 사용 계획이 없는 군 유휴지 3,988만㎡(여의도 면적 14배)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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