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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막을 법안 3년전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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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막을 법안 3년전 무산됐다

입력
2014.05.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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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 대신 해양안전전문기관을 설립해 선박운항 안전관리를 맡기는 방안이 3년 전 추진됐지만 정부와 여당이 반대해 입법이 무산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전문기관이 신설됐다면 체계적인 안전관리로 세월호 침몰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시 해운업체와 ‘해피아’(해수부+마피아)의 로비 때문에 법안이 폐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30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2011년 8월 최규성 의원(당시 민주당) 등은 독립 기관인 해양안전교통공단을 신설해 운항관리업무를 맡기는 내용의 해사안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2011년 11월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폐기돼 상임위조차 상정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법 개정안은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 드러난 문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화물 과적과 평형수 부족이 침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감독을 위임받은 해운조합 운항관리자는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고, 해경은 해운조합을 제재할 수단이 없었다. 즉 이익단체가 운항을 관리하는 모순을 해결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독립기관인 해양교통안전공단이 운항관리자를 선임하고 관리감독을 해경으로 일원화하자는 것이 법 개정 취지였다.

하지만 당시 국토해양부가 해운조합을 적극 옹호하면서 전담기관 설치는 무산됐다. 김희국 당시 국토부 2차관은 2011년 11월 국회 국토해양위에 출석해 “해운조합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잘 하고 있는데 굳이 법제 사이드에 넘길 실익이 없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법안 심사를 앞두고 ▦선박안전관리는 국토부의 고유업무이고 ▦해운조합의 운항관리 체제는 검증된 제도이며 ▦추가 비용이 발생해 선사들의 반발이 우려된다며 법률개정 반대 입장을 세웠었다. 해경과 업무관할 싸움을 짐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사들과 유착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역대 해운조합 이사장 12명 중 10명이 해수부(국토부)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해피아가 법안 통과를 방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법안 폐기에는 여당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가세했다. 당시 새누리당 현기환 의원은 법안을 “죽여야 한다”며 폐기를 주장했고 다른 의원들도 대체로 동조했다.

3년 전 해운조합을 옹호했던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야 뒷북대책을 내놓으며 “해운조합을 선박 안전관리 업무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주문한 국가안전처 설립 역시 안전관리 전담기관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관리 업무가 이익단체의 입김에 좌우되고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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