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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참모들은 뭘 하는 사람인가

입력
2014.04.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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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여러 해석이 뒤따른다. 모종의 결단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라든가, 현재 상황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 표시, 위기 상황에 대한 고민 등의 추측이 난무한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도 않거니와 측근들과의 소통 범위도 제한적인 측면이 있어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의 심기를 헤아리는데 상당한 공을 들인다.

청와대 참모들은 평소에도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특히 박 대통령의 생각을 제대로 읽어내지 않으면 안될 상황을 맞이한 것 같다. 박 대통령이 침통한 표정으로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만났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굳을 대로 굳은 표정으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것처럼 정권의 큰 일은 없다. 오죽하면 국정의 총책임자가 나서서 잘못을 빌겠는가. 더구나 이와 같은 일이 현 정부 들어서만 벌써 다섯 번째다. 뭔가 단단히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지금의 경직된 박 대통령의 표정 속에도 이 같은 생각이 담긴 듯 하다.

그렇다면 뭐가 잘못된 건지 되짚어보자.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총리와 장관에게 헌법과 법률이 정한 실질적인 권한을 주겠다며 이른바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당초 약속과 거리가 멀다.

박 대통령은 모든 일에 깨알 같은 지시를 내리는 만기친람(萬機親覽)형 국정 운영을 한다. 그러다 보니 국민에겐 대통령 말만 들릴 뿐, 총리를 비롯해 다른 고위공직자들이 주관적으로 새로운 정책을 시행했다는 이야기는 아예 들리지 않는다.

물론 공직사회의 매커니즘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아무리 신선한 아이디어라도 청와대에서 채택될지 자신할 수가 없는데다, 소신껏 업무를 추진하다가도 청와대 기류와 다른 것으로 판명 나면 중도에 멈춰야 한다. 이 경우 뒷감당은 온전히 장ㆍ차관 몫이다. 때문에 소신 행정은 고사하고 대통령의 지시만 충실히 따르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측면은 있다.

바로 이 같은 간극을 메우라고 있는 게 청와대 참모들이다. 역대 정부를 봐도 창업 공신들이 이런 역할을 했다. YS의 상도동계, DJ의 동교동계, 노무현ㆍ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노ㆍ친이계 인사들이 청와대에 들어와 전체 공직사회를 상대로 군기반장 노릇을 톡톡히 했다. 때로는 윽박지르고 때로는 달래기도 하면서 방대한 관료 집단을 이끌었다.

하지만 현 정부 청와대 참모들에게는 이런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는다. 국정의 컨트롤타워는커녕 장ㆍ차관처럼 박 대통령 뒤에 숨기 바쁜 듯한 눈치다. 이번 일만 보더라도 박 대통령은 직접 유족을 만나고 분향소를 찾으며 책임을 떠안다시피 하는 동안 청와대 참모들은 뭘 했는지 묻고 싶다. 비서실장 이하 수석비서관들은 이번 참사 수습 과정에서 단체나 개인적으로 유족을 만났는지, 진도 앞바다를 찾아 갔는지, 안산 분향소를 갔는지 어떤 역할을 했는가 말이다. 대통령이 직ㆍ간접적으로 두 번이나 사과할 정도의 일이면 청와대 참모들은 당장 모두가 사표를 내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런데 대통령 보좌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기는커녕 오히려 이 와중에 국가안보실장은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고, 대변인은 기자들과 한가한 농담이나 주고 받았다.

정부 내에서 누구보다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사람들은 청와대 참모다. 그런데 그들이 몸을 사리며 생존 경쟁에만 치중한다면 그 정권의 성패는 굳이 가늠해 볼 필요도 없다.

박 대통령은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해 내각의 상당 부분을 교체할 생각이라고 한다. 국민적 공분을 산 주무 부처 책임자의 교체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진짜 필요한 것은 대통령과 장ㆍ차관 사이에서 접착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보신 참모’들에 대한 교체다.

비서는 입이 없다고들 한다. 말없이 주군을 보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의 청와대 참모들에겐 진정한 ‘주군 보좌’가 없다. 그 사이 주군은 국민 앞에 연신 고개를 숙여야 했다. 부디 책임을 통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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