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인근에 자리한 한 은퇴자 아파트에는 현지 최대 규모인 345㎾의 지붕형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됐다. 이 아파트에서 소비되는 전기의 56%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발전소를 지은 업체는 한화큐셀. 회사 관계자는 "최근 덴마크 정부가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대신, 소규모 자가 소비형 발전소에 대한 지원을 늘면서 관련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수년 간 침체됐던 태양광시장이 민간 소형발전 부문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이 미래 먹거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이 긴 겨울잠을 깨고 마침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2008년 리먼사태 이후 극심한 불황으로 많은 태양광업체들이 도산 및 사업포기를 선언하는 속에서도 한화는 비용절감,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집요하게 태양광 투자를 확대해 왔는데, 그 결실을 서서히 맺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한화의 태양광사업은 2011년 2분기 이래 계속된 적자행진을 멈추고, 지난 1분기 마침내 흑자전환을 이뤄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선 수익성이 높은 발전사업을 중심으로 유럽, 북ㆍ중미, 일본, 중국 등에서 잇따라 수주성과를 올리고 있다.
핵심시장은 역시 유럽이다. 한화큐셀은 영국 발전업체 AGR사로부터 수주한 24.3㎿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난달 케임브리지 지역에 건설해 가동을 시작했다. 또 현지 최대 태양전지판 생산업체인 솔라센추리사가 서머셋 지역에 건설한 10㎿ 규모의 발전소에도 전지판에 들어가는 발전설비인 모듈을 전량 공급했다. 최근 태양광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프랑스에는 남부 엑상프로상스에 사무소를 개소하기도 했다.
북중미 지역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9일 한화큐셀은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내 메이우드에 10.86㎿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었다. 이 곳은 지난 1921년부터 50여년 간 석탄을 고온으로 가공할 때 나오는 콜타르 정제시설이 집중돼 토양오염이 극심했던 지역. 때문에 미국연방환경청(EPA)이 환경오염부지로 지정, 1999년까지 정화작업이 이뤄졌다. 이에 한화큐셀은 오염원 발생을 최소화 하는 신기술을 도입, EPA로부터 공사 승인을 따낸 뒤 준공을 무사히 마쳤다. 회사관계자는 “미국 내 환경오염 지역에 최초로 세운 태양광 발전소로, 쓸모 없는 땅을 미래 에너지원으로 바꾼 획기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멕시코의 경우, 현지 2위 유통업체인 소리아나가 내년 초까지 현지 120개 지역에 설치할 총 31㎿ 규모 지붕형 태양광 발전소의 시공사로 선정돼 지난달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중국 자회사인 한화솔라원도 지난달 중국 우시 지방정부와 신도시 건설지역에 100㎿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 계약을 체결했고, 스페인 태양광 기업인 코브라와 그린솔라가 과테말라에 건설하는 태양광발전소에 들어갈 6.2㎿짜리 모듈도 공급했다. 올 초엔 중국 HTR그룹과 700㎿의 태양광발전소 건설 및 전력 판매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글로벌 태양광 업체인 포크트솔라가 영국에 건설하는 발전소에도 20.5㎿의 모듈을 공급했다.
현재 세계 태양광시장은 업체들의 도산 및 감산으로 극심한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 태양광업체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됨에 따라, 태양광발전설비의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 들어 4개월째 20달러(1㎏ 기준)대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3분기부터 공급부족 현상이 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NPD 솔라버즈는 올해 태양광시장 규모가 지난해 보다 30% 증가한 50GW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회복에 발 맞춰 올 초 본격 운전에 들어간 여수의 폴리실리콘 공장도 풀 가동 중”이라며 “원가 대비 최고 품질을 갖춘 만큼 시장 다변화 등 공략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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