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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왕국' 美선 어린이소총이 장난감 팔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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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왕국' 美선 어린이소총이 장난감 팔리듯

입력
2014.04.3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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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에서 거실에서 총을 든 아이들이 카메라를 응시한다. 분홍색, 파란색의 앙증맞은 그 총들은 장난감이 아니다. 진짜 총알이 발사되는 어린이용 소총이다. 천진난만한 표정의 아이들과 살상이 가능한 소총이 어우러진 미묘한 분위기의 이 사진들은 벨기에 출신 사진작가 앤 소피 케스텔레인의 작품이다.

네덜란드 일간지 폴크스크란트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소총으로 무장한 어린이들을 통해 미국의 총기 문화를 고발한 ‘마이 리틀 라이플’ 연작을 선보여 주목 받았다. 그가 이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 지난해 5월 미 켄터키주 컴버랜드 카운티에서 두 살 된 소녀가 다섯 살짜리 오빠의 총에 맞아 숨졌다는 기사를 접하고서다.

소년의 소총은 펜실베이니아에 있던 키스턴 스포팅 암스란 회사의 제품. 이 회사는 2008년까지 8만정의 어린이용 소총을 생산했다고 한다. 케스텔레인에 따르면 미국 총기 회사의 홈페이지에는 어린이 코너가 따로 있고 ‘귀뚜라미’ ‘다람쥐’란 이름의 모델별 어린이용 소총들이 ‘내 첫 번째 총’이란 꼬리표를 단 채 전시돼 마치 장난감처럼 팔려 나간다. 케스텔레인은 켄터키와 테네시 알라바마 텍사스 루이지애나 등 미국 남부를 돌아다니며 어린이 총을 소지한 아이들을 찾아 어처구니 없고 위화감으로 가득한 이 사진들을 찍었다.

그는 최근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미국엔 자신의 총을 가진 아이들이 매우 많았고 그 총을 들고 사진을 찍는 아이들을 보며 부모들이 매우 행복해했다”고 말했다. 케스텔레인은 “그 어른들에게서 편집증적인 어떤 공포를 느꼈고 그 공포가 총을 통해 아이들에게도 전해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총을 든 아이들을 침실이나, 인형, 다른 장난감들을 배경으로 찍었다. 대부분은 무심코 총을 들었지만 몇몇은 어른들의 사격 자세를 따라 했다. 대부분 정상적인 가정이었다. 부모는 아이들을 사랑했고 그들에게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총을 사용하도록 훈련시켰다고 말했다고 한다.

케스텔레인은 그 중에서도 사격 훈련 뒤 매우 지치고 슬퍼 보였던 한 어린 소녀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격장에서 열린 여덟 살짜리 소녀의 생일 파티에 참석해 소녀의 새 분홍색 총을 쏴볼 수 있었다. “파티에 모인 이들은 그 총을 장난감처럼 생각했다. 총알은 매우 작았다. 하지만 충분히 다른 아이들을 죽일 수 있었다.”

마침 외신은 29일 미국 애틀랜타 북서부 케네소의 페덱스 화물집하장에서 이 회사 직원인 10대 게디 크레이머(19)가 동료 등을 향해 총을 쏘고 달아나 6명이 크게 다치고 이중 2명은 생명이 위태롭다고 전했다. 크레이머는 사건 발생 약 두 시간 뒤 집하장 주변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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