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당국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관계사의 부동산 압류에 착수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상당수 부동산이 대출 때문에 금융기관이 근저당권을 설정한 탓이다. 자칫 탈세 혐의를 잡고도 세금 추징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유 전 회장 일가 및 관계사들이 소유한 부동산 상당수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은 국세청이 압류해도 채권 행사의 우선 순위를 다퉈야 한다.
유 전 회장이 소유했다가 장남 대균씨가 지난 1998년 낙찰받은 대구시 남구의 2층짜리 빌라와 토지는 채권최고액 3억7,800만원에 한평신용협동조합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대균씨 소유의 서울 서초구 염곡동의 차고가 딸린 2층 주택 역시 2010년 12월 한평신협이 채권최고액 15억6,000만원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대균씨가 현재 살고 있는 염곡동의 다른 2층 주택도 2012년 5월 인평신협의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앞서 국세청은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노른자쇼핑 건물의 옥탑사무실을 압류했다. 이 옥탑사무실의 현재 소유자는 주택건설·분양사업을 하는 트라이곤코리아로 대균씨가 최대주주여서 유 전 회장 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부동산의 면적이 소규모(30.35㎡)인데다 보증금도 1,000만원 정도에 불과한 낡은 건물이어서 실제 재산 가치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 측과 관련된 회사 중 부동산 가치평가액이 800억원대로 가장 큰 천해지 역시 금융권에서 대규모 장·단기 차입금을 들여오면서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했다. 노른자쇼핑처럼 서류상으론 개인주주가 지분을 가졌거나 부동산을 수십명이 나눠 소유한 곳도 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이들과 유 전 회장 측과의 관계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부동산을 압류할 근거가 희박할 수밖에 없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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