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5년만에 환경보호법을 수정하면서 정부의 위법 행위로 사고가 난 경우 정부 책임자를 사퇴시키기로 했다. 그 동안 중국에선 아무리 큰 인명 피해가 나도 고위 관료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일은 드물었다.
경화시보(京華時報)는 30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신(新)환경보호법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고 전했다. 모두 70개조로 이뤄진 신환경보호법은 각급 지방 정부가 환경의 질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지도록 명시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실제로 제68조에서 ▦행정 허가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데도 허가를 내준 경우 ▦환경 위법 행위를 비호한 경우 ▦가동 중단이나 철거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도 하지 않은 경우 ▦검사 수치를 고치거나 위조한 경우 ▦마땅히 공개해야 할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경우 등 8가지 위법 행위로 심각한 결과가 초래됐을 때는 각급 정부 환경 부문과 관리 감독 책임자가 사퇴토록 했다. 신환경보호법은 또 환경 오염에 따른 벌금 상한선을 폐지하고 민간 단체나 변호사가 환경 오염 기업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허용키로 했다.
중국이 공무원의 책임 사퇴를 명기한 것은 최근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 대해 중국 사회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8일 사설에서 “정 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소식은 중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며 “많은 이들이 중국은 책임 추궁에서 너무 온화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여론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에선 2003년 멍쉐눙(孟學農) 당시 베이징(北京)시장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에 대한 늑장 대응으로 사퇴한 것을 제외하면 대형 인명 사고에 대해 고위 관료가 책임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 특히 잠시 물러난다 해도 이후 더 높은 자리에 기용되는 예도 있어 비판이 컸었다. 토론 사이트인 공식망(共識網)도 최근 “정 총리의 사퇴에 대해 인터넷에서 적잖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고 많은 한국인이 이번 사고에 대해 수치심을 드러내고 있지만 한국은 이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고 있다”며 “이웃국가 한국의 사례는 중국이 참고할 가치가 있다”는 글을 실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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