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미국에 자진 망명 중인 ‘정적’ 페툴라 귤렌을 터키로 송환할 방침을 밝혔다고 터키 언론들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수도 앙카라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정부가 귤렌을 터키로 보내기 위한 터키 정부의 법적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미국 공영방송 PBS와 인터뷰에서도 “미국 정부가 귤렌을 터키로 보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달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직후 반대세력을 향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어 본격적으로 정치적 보복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총리는 “터키에 거주하는 미국인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터키 정부는 그를 미국으로 송환시킬 것이라며 미국도 이런 협력 관계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귤렌과 관련한 아무런 사법적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적어도 미국은 그를 추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람 사상가인 귤렌은 이슬람계 정당인 정의개발당(AKP)을 창당한 에르도안 총리와 협력 관계였으나 지난해 말 사상 최대 비리사건 수사를 계기로 정적으로 돌아섰다. 귤렌은 1999년 지병을 치료하고자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자진 망명 생활을 하면서 교육ㆍ사회운동인 ‘히즈메트(봉사)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운동에 참여한 귤렌 지지자들은 터키 각계로 진출했으며 특히 사법부와 경찰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총리는 비리사건 수사와 자신과 측근의 감청 자료 폭로의 배후로 귤렌을 지목하고 ‘국가 내부의 갱단이 저지른 사법 쿠데타’라고 비난해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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