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미안해 하지 마세요(세월호 희생아이 아빠입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국민이 미안해 할 일이 아니라며 ‘여러분 미안해하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29일 인터넷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띄웠다. 그의 동의를 얻어 발췌본을 게재한다.
지금은 할 일이 없습니다. 눈을 감으면 아들의 얼굴만 떠오릅니다. 직장을 나갈 용기도 없습니다.
오늘도 종일 유가족 몇 분 만나서 얘기 나누고, 단원고 교장 선생님 만나서 사고 이후 학교의 방관과 무관심에 항의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로만 대답하는 학교측에 속만 타 들어갔습니다.
학교측은 오보에 대해서 자기는 모른다(고 대답). “어떤 학생의 부모가 진도에 내려왔는지 파악해본 적 있느냐” “아이들을 찾기 위해 한 번이라도 선생님들이 나서서 동참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또 침묵. 그들의 매뉴얼은 ‘죄송합니다’와 침묵뿐.
우리는 단원고가 없어질까 봐 같은 유가족끼리 단원고를 살리는데 동참하자고 약속까지 했습니다. 선생님 연락처 달라니까 신상정보라서 절차를 밟으랍니다. 저희 아이들의 신상은 다 공개한 학교가.
부모보다 선생님을 따르던 내 아들은 그렇게 선생님 말을 잘 듣다가 떠났습니다. 공부는 잘하지 못해도 단 한번도 아빠에게 대든 적 없고 학교에서 성실상은 맡아놓고 받아온 아이입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여러분이 미안할 일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어른으로서 미안해하면 저희가 너무 죄스럽습니다. 내 아들을 지키지 못한 죄는 어찌해야 합니까? 구조할 수 있는 시간에, 시간 지연시키는 거짓말쟁이들에게 속아 회의만 해대는 그들을 보며 엎드려 기도만 했던 이 무능한 아비는 어찌해야 하나요?
이 일은 바르지 못한 인격을 가지고 욕심만을 내며 사는 그들이 미안하고 죄송하고 속죄해야 하는 일입니다. 날씨가 좋으면 기술 탓, 날씨가 안 좋으면 조류 탓만 했던 그들.
이 땅의 부모님들과 제 아들의 형님 누나들께 부탁 드립니다. 그냥 우리 아이들 천국 가서 열심히 뛰어 놀고 행복하라고 기도만 해주세요.
모든 유가족의 마음인지 모르지만 성금, 하시지 마세요. 제 아들 풍족하진 않지만 모자라지 않게 먹이고 입히고 가르쳤습니다. 이제 하루에 여섯 끼 먹으며 방과후 수업료, 학비, 학교 급식비를 가져가야 할 아이도 없는데. 그 돈 더 좋은 곳에 쓰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제가 잠을 제대로 자고 다시 일을 나가고 웃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공개된 마지막 동영상에서 동생 걱정하고 엄마 아빠 사랑한다고 말한 사랑 넘치는 내 아들을 영원히 영웅으로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고, 다시는 이 나라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거짓말로 가득한 권력과 학교는 우리의 또 다른 자녀가 바꿔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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