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들의 공식합동분향소가 마련된 29일 안산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 최윤자(77)씨는 조문 차례를 기다리는 2시간 내내 “관세음보살”을 읊조리며 팔에 찬 염주를 돌렸다. 최씨는 “희생자 중에 직접 아는 사람은 없지만 다 내 손주고 다 내 새끼”라며 “우울증 있었는데 요즘은 더 심해져 TV를 못볼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 때문에 주변에서 분향소에 가지 말라고 했는데 안 와보면 내가 죽게 생겼다”며 “손주들 다 좋은 데 가라고 기도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최씨는 자원봉사자가 건네준 휴지로 벌개진 눈가를 닦으면서 힘겹게 다시 발걸음을 뗐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궂은 날씨였지만 분향소를 찾은 조문행렬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침통한 표정의 조문객들은 오랜 기다림에도 지친 기색이 없었고, 다들 자신의 일처럼 슬퍼했다.
시험을 마치고 분향소를 찾은 교복 차림의 학생과 교사들도 눈에 띄었다. 이재민(19·경기고3)군은 “학교 아이스하키부 선수 18명하고 감독님과 함께 왔다”며“사진 보니까 실감난다. 저희 나이 때 그런 거니까 더 안타깝다”고 고개를 떨궜다. 중간고사를 끝내고 친구 5명과 함께 왔다는 상형순(18·매탄고2)군도 “직접 알진 못해도 그래도 친구잖아요. 그래서 왔어요”라며 가슴에 달았던 검정색 근조(謹弔) 리본을 화랑유원지 한 곳에 묶고 돌아갔다.
분향소 한 쪽 벽면에 새롭게 마련된 추모게시판에도 몇 시간 만에 수백 장의 추모글이 나붙었다. 희생자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하늘에서 ‘편안하길 바란다’는 내용을 담은 글이었다. 곳곳의 글자들이 물기에 번져 있었다.
인천 신명여고 교사라고 밝힌 한 조문객은 추모게시판에 “같은 교사로서 늘 제자들을 구하신 선생님들을 기억하겠다. 학생들 모두 부디 좋은 곳에서 행복하길 바란다. 고맙고 미안하다. 사랑한다”라고 적었다. 자신을 경기도의 중학교 교사라고 밝힌 또 다른 조문객도 추모글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났을 텐데. 아이들아 어른들 모두 너희에게 미안해 하고 있어. 저기 걸려있는 사진들이 맘에 안 든다고 ‘저 바꾸면 안 돼요?’라면서 매달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희생자 162명의 영정과 위패는 이날 새벽 안산 올림픽기념관의 임시합동분향소에서 이곳 화랑유원지로 옮겨져 오전 10시부터 조문객을 받았다. 분향소는 희생자들의 합동영결식이 열릴 때까지 24시간 운영된다. 이날(오후10시 기준) 하루 동안 1만9,030명이 분향소를 다녀갔다. 안산=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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