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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가 실종된 대한민국

입력
2014.04.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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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하나가 책임지고 그만둔다 해서 세월호 사건이 단박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실종자들이 모두 구조되는 것도 아니고, 이 같은 재난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은 유감이다. 그의 사퇴를 막을 생각은 없지만, 이런 식의 책임회피는 적절하지 않다. 여론도 좋지 않아 정 총리의 사퇴는 사고 수습 이후로 미뤄졌다, 하지만 그로 인해 범정부 차원의 사고수습 작업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컨트롤타워여야 할 국무총리의 책임지지 않겠다는 사퇴표명 이후 대한민국의 안전관리에는 또 한 번 제동이 걸렸다.

지난주, 정부는 세월호 대책 책임에서 숱한 혼선을 빚었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는 국가안보실 김장수 실장은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발뺌했다. 이후 해양수산부는 이를 보위하기라도 하듯 “해양사고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국가안보실은 컨트롤타워가 아니며 중앙안전관리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가 전반적인 컨트롤타워 기능을 가진다.”고 밝혔다. 어찌 되었든 호명된 두 사람 중 누군가는 컨트롤타워여야 한다. 그런데 한쪽은 발뺌하고, 다른 한쪽은 사퇴하겠다고 꼬리를 자른다. 302명에 달하는 사람이 사망 혹은 실종 상태인데도 책임지고 실종자를 구조하고 사고를 수습하겠다는 곳은 없다. 이로써 대한민국에 컨트롤타워는 실종되었다. 하지만 컨트롤타워가 실종된 건 세월호 사고가 난 이후의 일은 아니다. 이미 이전부터 컨트롤타워는 실종되었다. 존재하기는 했었으니 실종보다는 사망했다고 하는 편이 더 맞겠다.

해양수산부가 지목한 컨트롤타워인 중앙안전관리위원회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재난안전 관련 심의기구이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각 부의 장관들과 국가안보실장과 주요청장 등 총 26명으로 구성되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안전관리에 관한 중요 정책의 심의 및 총괄ㆍ조정 ▦안전관리를 위한 관계부처 간의 협의ㆍ조정 ▦재난 법에서 정하는 안전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시행한다. 위원회에는 9개의 분과위원회가 추가로 구성돼있다. 조직적으로나 내용적으로도 주요 기구다. 하지만 그간 위원회는 형식적인 책임도 다하지 않았다. 2010년부터 2013년 동안 중앙안전관리위원회는 총 22차례의 본회의를 했다. 하지만 이 중 출석회의를 한 것은 불과 5차례에 그친다. 대부분은 서면으로만 이뤄졌다. 공문으로만 오간 페이퍼 회의에서 제대로 된 국가 차원의 실질적 재난관리를 기대하긴 어렵다. 더 심각한 것은 분과위원회는 위원이 구성되거나 회의가 진행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풍수해, 교통안전, 생활안전, 시설물, 화재 및 폭발, 방사능, 전기유류가스사고, 국가기반체계보호대책 등 각 분야별로 회의체를 구성해 놓았지만, 이름만 있을 뿐 내용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위원들조차 구성하지 않는 위원회라니, 있으나 마나 한 위원회, 사망한 컨트롤타워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사고 대책과 수습에서 더 할 말을 잃게 하는 것은 상황을 최전선에서 통솔해야 하는 해수부도 마찬가지다. 상황 수습보다는 책임회피에 더 급급하다. 해수부는 위기관리매뉴얼에 사고 발생 후 ‘충격 상쇄용 기사 아이템을 개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내용이 논란이 되자 해수부는 해당 내용을 매뉴얼에서 슬그머니 빼버렸다. 부적절한 내용을 매뉴얼에 넣은 것도 문제지만, 논란이 된다고 매뉴얼을 마음대로 수정하는, 원칙과 절차도 없는 해수부의 대응에 아연실색하게 된다. 선박의 안전을 관리하고 심사해야 하는 선박안전기술공단과 한국선급, 정부의 선박안전점검이 부실하게 된 정황은 너무 많아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부실한 관리와 미흡한 대책으로 세월호 사고는 재난으로 커졌고, 대한민국의 안전관리체계와 함께 침몰해버렸다. 침몰한 안전관리, 사망한 컨트롤타워, 대한민국은 언제 사고가 나고,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2014년 4월 16일은 ‘세월호 희생자’와, ‘대한민국’이 사망한 날이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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