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태어난 한국을 부정하다 결국 제 뿌리인 한국을 받아들인 과정을 그렸습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싫다 말해도 아이는 엄마를 사랑합니다. 저에게는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전정식 감독)
내달 8일 개봉하는 벨기에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은 한국의 해외입양을 그리고 있다. 5세 때 벨기에 가정에 입양된 한국소년 융이 유럽에 착근하면서 겪는 정신적 풍파가 주된 내용이다. 입양 가정에서 여느 아이처럼 별 탈 없이 자라다가 ‘썩은 사과’라는 엄마의 질책에 상처를 입고 방황하다 양부모 품에 돌아가는 소년의 성장기를 담담한 어조로 전한다.
영화는 한국계 벨기에인 전정식(49)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성인이 된 전 감독이 한국을 찾았을 때 찍은 기록화면 등을 섞어 현실감을 더했다.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제 대상과 안시국제애니메이션제 관객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전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아 29일 오후 서울 한 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전 감독은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어 세계 관객들의 호응에 놀라진 않았으나 한국에서의 평가는 궁금하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프랑스어권에서 많은 팬을 지닌 판타지 만화 작가로 활동 중이다.
전 감독은 “해외 입양 후유증에 시달리는 한국인들에게 내 경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방황하다 한국을 뿌리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면 그들이 힘을 얻게 될 거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피부색깔=꿀색’에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입양아들의 비극적인 모습이 담겨있기도 하다. 전 감독은 “나를 버린 한국이 싫어 어렸을 적엔 일본문화에 심취하기도 했다”면서 “태어난 나라를 부정하는 동안 스스로 불행했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고 했다.
전 감독은 “나를 피해자로 묘사하려 하지 않았고, 한국 사회를 심판하거나 한국인이 죄책감을 느끼도록 하고 싶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를 통해 해외 입양이 없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나서서 해외 입양을 없애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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