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ㆍ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남한산성의 ‘등재 권고’ 보고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코모스는 각국이 등재를 신청한 유산들을 서류 검토와 현지 실사로 평가해 등재 권고, 보류, 반려, 등재 불가의 네 가지로 판정한다. 등재 권고는 이변이 없는 한 그 해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통과된다. 남한산성이 등재되면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수원화성 등 앞서 등재된 10건을 합쳐 모두 11건이 된다.
올해 세계유산위원회는 6월 15~2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다. 이번에 최종 심의할 등재 신청 유산은 사전 평가에서 탈락한 9건을 제외한 40건(문화유산 30건, 자연유산 8건, 복합유산 2건)이다.
둘레 11.76㎞, 면적 52만8,000㎡인 남한산성은 조선시대 북한산성과 함께 도성을 지키는 군사시설이면서 왕의 임시 처소인 행궁과 관청, 시장을 갖추고 그 안에 사람이 살면서 행정과 생활이 이뤄졌던 산성도시이기도 하다. 백제 온조왕 때 왕성으로 처음 축조됐으며 이후 1624년(인조 2) 대대적인 보수를 통해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됐다. 1624년 당시 성곽과 보루 등 군사시설을 크게 확충해 정비하고 행궁 73칸을 지었다. 인조는 병자호란 때 이곳으로 피신해 있다가 패전으로 삼전도의 굴욕을 겪었다. 남한산성 행궁은 구한말 의병들의 거점이 되면서 일제에 의해 철저히 파괴됐는데 1999년 발굴 조사 이후 10여년 간의 공사를 거쳐 지난해 복원을 마쳤다. 남한산성에는 수어장대, 숭렬전, 청량당 등의 유형 기념물과 함께 남한산성소주와 같은 무형 유산이 함께 존재한다.
이코모스 보고서는 남한산성이 동아시아에서 도시계획과 축성술이 상호 교류한 군사유산이라는 점, 계곡을 감싸고 쌓은 초대형 산성으로서 지형을 이용한 축성술과 방어 전술의 시대별 층위가 결집된 유산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문화재청은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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