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신금리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시중의 돈은 은행으로 꾸준히 몰려들고 있다. 돈이 갈 곳이 없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3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정기예ㆍ적금 및 부금 등 예금은행 저축성수신상품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평균 연 2.60%로 전달보다 0.03%포인트 낮아졌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축성수신 금리는 작년 11월 2.62%까지 떨어졌다가 12월 2.67%로 반짝 상승했지만 올 들어 3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주영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최근 시중자금이 풍부해 은행들이 정기예금 등에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경우가 줄었다”며 예금금리 하락 배경을 설명했다.
이자소득세(15.4%)를 제외하고 나면 고객들이 실제로 손에 쥐는 이자는 평균 2.2% 내외. 1,000만원을 예금하는 경우 1년간 받는 이자는 22만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물가상승률이 1%대에 머무는 저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긴 하지만, 서민들의 체감물가를 감안하면 사실상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에 가깝다는 평가다.
대출금리는 은행들이 고금리 신용대출을 늘리면서 소폭 상승했다. 지난 달 신규 대출금리는 연 4.46%로 전달보다 0.01%포인트 높아졌다.
이렇게 저금리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지만, 은행 수신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3월말 현재 은행 수신 잔액은 1,189조원으로 작년 연말 대비 12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분기별 평균 증가액(10조2,500억원)을 오히려 능가하는 수치다. 특히 수신 증가액의 대부분은 정기예금. 매월 3조원이 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객들이 결국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은행을 찾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시중은행 한 PB팀장은 “증시가 좀처럼 1,900~2,050선의 박스권을 뚫지 못하고 부동산의 회복도 미미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시중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금리가 낮아도 은행에 돈을 넣어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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