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용협동조합 비리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가 조합원으로 참여해 설립한 일부 신협을 개인 사금고처럼 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데 따른 조치다. 신협은 여신 규모가 크지 않아 사실상 금융당국의 관리ㆍ감독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을 개정, 신협이 무자격 조합원을 가입시키거나 건전성 기준을 어기고 대출을 취급하는 등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협에 대한 금감원 내부 제재 기준을 시행세칙으로 입법화해 강화하기로 했다”며 “신협 등 상호금융에 대한 명확한 제재 기준이 없어 이번에 부당행위 수준별로 제재를 세분화한다”고 설명했다.
개정 시행세칙은 6월 중 시행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신협이 비조합원에게 대출 한도를 70% 초과해 대출을 해줄 경우 관련 직원이 중징계를 받게 된다. 100억원 이상은 면직, 50억원 이상은 직무정지·정직 등이다. 아울러 비조합원 대출을 초과 취급해 자기자본의 10% 이상이면서 3억원 이상인 금액이 부실 여신이 될 경우 가중 제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조합원 대출 초과 취급 행위가 검사 때마다 지적될 경우 가중 제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협 조합원 자격이 없는 사람을 조합으로 가입시키는 비율이 전체의 80%를 초과할 경우 면직, 50~80%는 직무정지 및 정직, 30~50%는 문책경고 및 감봉의 제재 조치가 내려진다. 대출이나 지급 보증 등을 통해 부당하게 후순위 차입금을 만들어 신협의 자산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을 과대 계상하는 행위 등도 엄격히 제한된다.
한편 시행세칙 개정안에는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보험이나 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를 강매하는 은행권의 ‘꺾기 행위’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자격이 없는 보험설계사에 모집 위탁을 하거나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보험 부당 영업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이는 방안도 들어갔다. 금융투자상품 불완전 판매의 경우 50억원 또는 250건 이상이면 기관주의를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제재 기준도 마련됐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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