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5분이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해운빌딩. 한국선주협회와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의 공동 소유로,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 등 해양 관련 이권단체들이 가득 입주해 있는 이 건물 맨 꼭대기 10층에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서울 집무실이 있다. 이를 두고 이권단체들과 함께 어울리며 이른바 ‘해피아’를 형성해 온 해수부 관료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해운빌딩 관계자는 28일 “해수부 장관이 이 건물 10층에 집무실을 두고 국회 등에 출석할 때마다 이용해 왔다”며 “4월 초에도 왔었는데 (세월호) 사고 이후에는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수부 청사는 세종시에 있는데 장관이 국무회의나 국회 일정 등으로 서울에 머물 때마다 이 곳 집무실을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지하 3층, 지상 10층인 이 건물에는 한국선급,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 황해정기선사협의회,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 한국근해수송협의회, 한국해사재단 등이 입주해 있다. 대다수 해양관련 업체 및 단체는 부산 등 지방 본사와 별도로 이 빌딩에 그룹 임원실이나 업무 부서 사무실을 두고 있다. 사실상 해운업계의 국회 로비 전초기지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이 장관의 집무실이 있는 10층에는 한국선주협회의 대회의실 및 고문실이 위치해 장관과 선주들간 부적절한 접촉이 수시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 관계자는 “장관뿐 아니라 해수부 직원들이 상주하며 업무 처리를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지난해 12월 해운빌딩 내 선주협회 대강당에서 ‘해수부 대학생 기자단 발대식’을 개최하는 등 공식 행사에도 이용해 왔다. 해수부가 굳이 관리감독 대상 기관의 건물에서 행사를 연 것을 두고 “선주협회 등이 편의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건물 10층 30평 정도를 임차해 쓰고 있다”면서 “다른 입주 업체와 비슷한 시세대로 (임대료를) 낸다”고 해명했다. 그는 “국회가 열리면 직원들이 일부 상주하지만 전담(상주자)이다 이런 것은 없다”면서 “국회에서 가깝고 근처에 장소 구하기가 쉽지 않아 입주했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옮기는 것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진숙 전 장관도 상주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고 “세종시에 다 내려와 있으니까, 서울에 업무 공간이 필요하다”고만 밝혔다. 검찰이 해운업계 비리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지만 해운빌딩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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