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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서로 구명조끼 챙겨줬지만, 선원들은 자신만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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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서로 구명조끼 챙겨줬지만, 선원들은 자신만 챙겼다

입력
2014.04.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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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공개된 세월호 침몰 당시를 촬영한 목포해경 123정(100톤급) 대원의 동영상에선 아비규환과도 같은 탈출 장면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전 9시30분 123정이 세월호에 다가선 직후 갑판 위에는 아무도 없는 너무나 조용한 상황에서 선원들이 먼저 빠져나오고, 뒤늦게 배가 90도 가량 뒤집어진 뒤에야 바다로 탈출한 승객들을 구조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반면 jtbc가 공개한 안산 단원고 학생의 동영상에선 비슷한 시간 선내에서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을 따르며 서로 구명조끼를 챙겨주는 학생들의 모습이 나온다.

안내방송만 믿다가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16일 오전 8시 52분 27초부터 4층 선실을 촬영한 영상은 “아 기울어졌어”라는 외침으로 시작됐다. 시신으로 발견된 다른 학생이 119로 첫 조난 신고를 한 시간이다. 선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미 선체가 왼쪽으로 30도 이상 기울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꺼내 건네는 등 이동이 충분히 가능했다.

한 학생이 “야 누가 구명조끼 좀 꺼내봐”라고 했지만 아직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한 일부 학생들은 “아 뭘 꺼내” “신난다”고 장난을 쳤다.

학생들은 오전 8시 55분 세월호 조타실에 모인 선원들이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배가 넘어간다”며 구조 요청한 사실도 전혀 몰랐다.

약 3분간 끊겼던 동영상이 다시 촬영된 8시 59분 53초의 상황은 조금 심각해졌다. 학생들은 다급하게 구명조끼를 찾았다. 하지만 오전 9시 6분, 7분 선내에서는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말고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반복해서 나왔다. 학생들은 “무슨 일인지 말을 해줘야지” “구명조끼 입으란 건 침몰한다는 소리 아닌가” “갑판에 있는 애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불안해 하면서도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에 “네”하고 대답하거나 “움직이지 말래”라고 소리쳤다.

서로를 챙겨 준 학생들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는 순간에도 서로를 챙겼다. 동영상이 다시 촬영된 시점에 한 학생이 “야 ○○꺼 없다. 받아와야 돼”라고 하자 다른 학생이 “내 꺼 입어”라며 선뜻 자신의 구명조끼를 양보했다. “너는?”이란 질문에 이 학생은 “나는 가져와야지”라고 태연히 답했다. 이 때까지는 큰 탈 없이 구조될 것으로 판단한 분위기였지만 휴대폰이 연결되지 않자 불안해했다. 한 학생이 “전화 안 터진다고?”고 말하자 다른 학생은 “엄마, 아빠 아 내 동생 어떡하지”라고 걱정했다.

급박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학생들은 친구와 교사의 안위를 살폈다. “선생님들도 다 괜찮은 건가?”라는 한 학생의 말에 누군가 “카톡 왔어 선생님한테. 애들 다 괜찮냐고”라고 답했다. 이어 “선생님도 (괜찮으신지) 여쭤봐”라는 질문이 잇따랐다.

동영상은 오전 9시 9분까지 약 17분간 촬영된 뒤 학생들 사이에 불안감이 증폭되는 시점에 중단됐다. 안내방송을 충실히 따른 이 학생들은 대부분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았다.

비정한 선원들

123정이 사고 해역에 도착한 오전 9시 30분 촬영된 영상에는 선체가 왼쪽으로 60도 정도 기울었지만 갑판에 올라온 승객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바다에 뛰어든 승객도 한 명 없었다. 승객들은 여전히 안내방송을 믿고 선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123정에서 출발한 구조보트는 오전 9시 39분쯤 가장 먼저 세월호 좌현에서 3층 복도에서 기관부 선원 7명을 태웠다. 주황색 구명조끼 안에 입은 파란색 작업복이 눈에 띄었다.

123정이 조타실 아래 접안한 오전 9시 46분쯤 이 선장과 항해사, 조타수 등 선원 7명이 황급히 옮겨 탔다. 이 선장은 트렁크 팬티 바람이었고 다른 선원들도 운항 중 반드시 착용해야 할 제복 차림이 아니었다. 구조된 선원 한 명은 나중에 휴대폰 통화를 하며 웃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갑판 위에는 승객이 없었고 좌현 쪽에서 바다로 뛰어든 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구명벌(구명뗏목)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었지만 선원 중 누구도 조타실 좌현에 비치된 구명벌 14개를 작동시키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허겁지겁 123정에 올라탔다. 123정 승조원 이형래(37) 경사 혼자 기울어진 갑판에서 쇠줄에 묶인 구명벌을 발로 차며 떼어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찍혔을 뿐이다.

현재까지 세월호 침몰로 확인된 사망자는 189명, 실종자는 113명이지만 승객 구조 의무가 있는 선박직 선원 15명은 모두 구조됐다.

승객 살릴 시간 충분했다

오전 9시 30분쯤 123정의 동영상에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는 이미 60도 이상 기울었고, 오전 9시 54분 좌현쪽이 완전히 침수될 만큼 기우는 속도가 빨랐다. 좌현 쪽으로 탈출할 수 있었던 시간은 그만큼 짧았다. 하지만 오전 8시 49분 급변침 직후 배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부터 서둘렀다면 30분 정도 대피 시간이 있었다. 세월호는 오전 8시 55분 조난신고를 하고 오전 9시 7분부터 진도VTS와 교신을 시작했지만 오전 9시30분까지 승객 구호조치는 전혀 하지 않은 채 “대기하라”는 방송만 반복해 참사를 부채질했다.

좌현이 침수돼 배가 90도 이상 기운 뒤에도 우현쪽 객실 안에는 승객들이 있었다. 검ㆍ경 합동수사본부는 선실에 있던 학생이 마지막으로 나눈 카카오톡 대화 시간을 10시 17분으로 파악했다. 당시 선실에는 수많은 승객들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해경이 좌현 선실 유리를 깬 것은 오전 10시 7분, 구해낸 승객은 단 7명이었다. 구조대원과 장비가 부족해 더 많은 선실 유리를 깨지 못했고, 잠수해서 승객을 구해낼 잠수요원도 없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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