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취리히 클래식(총 상금 680만달러) 최종 라운드가 열린 28일(이하 한국시간) 루이지애나주 애번데일의 루이지애나 골프장(파72ㆍ7,399야드). 한국 골프의 기대주 노승열(23ㆍ나이키골프)은 마지막 우승 퍼팅을 성공시킨 뒤에도 침착했다. 꿈에 그리던 PGA 투어 첫 우승이었지만 특별한 세리머니도 펼치지 않았다. 세월호 침몰로 슬픔에 빠진 조국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승열은 우승 인터뷰에서도 “세월호 침몰로 마음 아파하는 국민들에게 우승으로 조금이나마 위안과 행복을 전해주고 싶었다. 다음주에는 2주 연속 우승이라는 더욱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노승열은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적어낸 노승열은 공동 2위 앤드루 스보보다, 로버트 스트렙(17언더파 271타ㆍ이상 미국)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22만4,000달러(약 12억7,000만원)다.
전날까지 사흘연속 보기를 하나도 기록하지 않고, 2타 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노승열은 경쟁자들이 초반에 무너지는 바람에 첫 우승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키건 브래들리(미국)는 6번홀(파4)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해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노승열은 “바람이 많이 불어 플레이가 쉽지 않았다. 첫 홀에서 보기를 하고 뒤쫓아오던 키건 브래들리가 2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불안했지만 내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노승열은 최경주(44ㆍSK텔레콤)와 양용은(42ㆍKB금융그룹), 배상문(28ㆍ캘러웨이)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네 번째 PGA 투어 우승자가 됐다. 내달 29일 만 23세 생일을 앞둔 노승열은 한국인 PGA 챔피언 중에서는 최연소자다. 올해 PGA 투어 우승자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리다.
챔피언 노승열은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을 받아 페덱스컵 랭킹16위로 올라섰다. 세계랭킹도 176위에서 88위로 뛰어올랐다. 내달8일 개막하는 ‘제5의 메이저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8월7일 열리는 PGA 챔피언십, 2015년 마스터스 출전권 확보는 물론 2015~16시즌까지 PGA 투어 출전을 보장받았다.
PGA 투어 진출 3년 만에 정상에 오른 노승열은 어릴 적부터 장타자로 이름을 날린 골프 신동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 노구현씨(51)를 따라 골프채를 잡은 노승열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06년에 국가대표로 발탁돼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07년 프로로 전향한 그는 2008년 아시안투어 대회 미디어 차이나 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 해 아시안투어 신인상을 받았고 2010년에는 아시안투어와 유럽투어가 공동 개최한 메이뱅크 말레이시아오픈에서 18세 282일의 나이로 우승했다.
노승열은 2011년 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을 통과해 꿈의 무대에 진출했다. 2012년 PGA 투어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지난해 샷 난조에 빠져 투어 카드를 잃을 뻔했다. 하지만 2부 투어 웹닷컴 투어 파이널 대회에서 우승해 이번 시즌에 합류했다.
노승열은 드라이브 평균 거리에서 293.9야드를 날려 PGA 투어 전체 선수 중 50위, 평균타수 70.865타를 기록해 66위를 달리고 있다.
노승열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조던 스피스, 패트릭 리드(이상 미국) 등 젊은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24)는 공동 25위(8언더파 280타), 배상문과 위창수(42ㆍ테일러메이드)는 공동 34위(6언더파 282타)에 올랐다. 양용은은 공동 48위(4언더파 284타)에 그쳤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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