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피해자가 많은 안산 지역에 정신ㆍ심리 치유를 위한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가 들어선다. 정부가 지원하는 지역 트라우마센터는 5ㆍ18민주화운동 관련자 치유를 주로 맡은 광주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가 있지만, 특정 지역에 재난 사고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치료 전문기관을 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이번 주 안에 안산에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안산시에서 피해자 가족의 심리 지원을 전담하고 있는 국립서울병원이 트라우마센터를 임시로 운영하고 추후 경기도나 안산시가 절차를 거쳐 운영기관을 선정할 계획이다. 장소는 안산시 단원구 보건소 내 안산정신건강증진센터 공간을 활용하거나 안산시청 인근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라우마센터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가족, 지역 주민의 정신건강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곳으로, 복지부는 최소 3년 이상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센터에는 정신과 전문의를 포함해 20명 이상의 전문 상담자가 상주하며 PTSD 진단, 고위험군 관리, 개인상담 및 집단 프로그램 등을 실시한다. 대형 사고를 겪은 사람은 단기적으로 불면·악몽·우울증 등 급성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데 이를 방치하면 10~20% 가량이 만성인 PTSD로 진행된다.
실종자나 희생자 가족에게는 심리안정팀이 직접 집을 방문해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단원고를 제외한 52개 안산시 중·고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방문 상담도 진행한다.
광주 트라우마센터도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치유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2012년 문을 연 이 센터는 5ㆍ18 관련자를 비롯한 국가폭력 피해자와 가족들의 치유를 맡고 있다.
강용주 광주 트라우마센터장은 이번 참사에 대해 “세월호 참사는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지켜주는 존재’라는 우리사회의 근간이 되는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무너졌다는 점에서 5·18과 닮았다”며 “사고 자체뿐 아니라 구조, 수습 과정까지도 트라우마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은 피해 당사자들과 함께 분노하고, 공감하면서 이들을 심리적으로 지지할 때”라면서 “이들과 지역사회의 회복을 위한 일회성 관심이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치유, 상담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복지부는 또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립서울병원 산하에 ‘중앙 심리외상지원센터’를 설치해 재난 발생 시 피해자와 전 국민에 대한 심리지원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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