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의 대표적인 주택마련대출 상품인 보금자리론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도 5개월째 금리를 동결하다 보니 올해 판매실적이 작년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고채와 비슷한 주택저당채권(MBS)을 발행해 조달하는 구조라 시장 상황을 발 빠르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 금융회사의 다양한 상품과 차별성도 떨어지고 있어 출시 1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금융공사는 28일 보금자리론의 5월 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금리는 연 4.3%(10년)~4.55%(30년). 작년 12월에 소폭(0.15%포인트) 올린 이후 5개월째 동결 행진이다.
이러다 보니 시중은행 상품과 금리 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 변동금리와 연동되는 코픽스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최근 연 2.59%를 기록하며 전달보다 0.03%포인트 떨어진 상황. 6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매월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예금금리 인하 등이 반영된 결과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에서 가장 낮은 변동금리 대출 상품과 보금자리론의 금리 차는 무려 1.2%포인트에 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금자리론이 인기를 끌던 당시에는 보통 변동금리와 큰 차이가 없었다”며 “하지만 이 정도 금리 차이라면 아무리 10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라고 해도 대출자 입장에서 굳이 보금자리론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최근 앞다퉈 내놓고 있는 혼합형 금리 상품은 보금자리론의 입지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처음 3~7년은 고정금리가 적용되고 이후엔 변동금리로 전환되는데 보금자리론보다 금리가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보금자리론 대출 실적은 올 들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추세다. 1월 1,690억원, 2월 1,831억원, 3월 1,887억원 등 1분기 동안 5,408억원어치가 판매되면서 지난해 동기(2조9,123억원)와 비교하면 반의 반 토막이 났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5년마다 금리를 조정해주는 상품 등 다양한 보금자리론 상품도 검토해봤으나, 이런 상품들은 시중은행에서 고안해 판매해야 한다고 보고 중단했다”며 “금리 안정기가 도래한 지금은 많은 판매보다는 시장 금리를 견제하는 정도의 역할만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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