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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제대로 마시면 절로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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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제대로 마시면 절로 수행"

입력
2014.04.2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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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다도(茶道)를 정립한 초의 선사(1786~1866)의 동다송(東茶頌)은 선 수행과 차를 일치시켜 설파한 조선의 ‘다경(茶經)’으로 평가받는다. 차와 관련한 칠언절구 17송으로 이뤄진 동다송은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차(동다ㆍ東茶)의 미덕을 널리 찬미한다. ‘동다’는 국내에서 나는 깊은 향의 녹차를 중국차와 구별하기 위해 초의 선사가 붙인 이름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봉은사 주지로 취임한 원학 스님이 동다송에 새겨진 다도 정신을 계승하는 번역ㆍ해설서 향기로운 동다여 깨달음의 환희라네(김영사 발행)를 28일 출간했다.

이날 봉은사 경내에서 만난 원학 스님은 “요즘은 산사의 스님들조차 차보다 커피를 즐겨 마실 정도로 우리 차가 밀려나 있다”며 “한 잔의 차를 정성껏 달이고 마시는 일로 깨달음을 얻고 환희를 가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책을 냈다”고 말했다.

원학 스님이 동다송을 풀어 향기로운…을 낸 데는 20여 년의 짧지 않은 인연의 바탕이 있다. 원학 스님이 초의 선사가 구족계를 받았던 전남 해남의 대흥사에 두 차례나 머물며 그의 다선(茶禪)을 오래도록 접했던 것이다. “1980년대 말 대흥사 총무로, 그리고 90년대 초 부주지로 있으면서 동다송을 연구할 기회가 생겼어요. 그때부터 사람들에게 차의 덕을 쉽게 알릴 수 있는 책을 내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어요. 동다송의 기존 번역서들은 대체로 차 자체를 언급하는데 치중했을 뿐 차를 통해 얻는 깨달음의 의미는 충분히 다루지 못했지요.”

원학 스님은 20여 년 동안 동다송과 초의 선사를 연구하면서 불교중앙박물관 등에서 다도와 관련한 강좌들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이렇게 해서 결실을 맺은 향기로운…의 마지막 작업은 공교롭게도 원학 스님의 봉은사 주지 내정을 놓고 불교계에 분란이 일었던 지난해 말 이뤄졌다. “모든 것을 끊는다는 생각으로 대구의 암자로 들어갔어요. 40여일 동안 그곳에 머물면서 집중적으로 탈고한 게 바로 이 책입니다.”

책은 과거 동다송의 번역 책들과 달리 한자의 숨은 뜻을 쉽게 풀어 썼고 차와 얽힌 일화나 차를 마시는 마음가짐 등을 덧붙였다. 초의 선사가 그토록 찬미했던 우리 차의 특징과 장점에 대한 원학 스님의 생각들도 촘촘히 박혀있다. “주로 지리산 자락에서 나는 우리 녹차는 안개와 같은 습기를 적당히 공급받아 차의 성질이 곧고 차갑습니다. 여기에 사람의 정성이 더해지면 색과 향, 맛이 절정에 달합니다. 삶의 여백을 갖도록 차를 마시면 수행이 따로 필요 없어요. 정보만 넘치는 세상에서 인간 본성은 사라지고 세월호 참사도 다 그래서 생긴 비극이 아닐까요.”

원학 스님은 초의 선사가 동다송에서 언급한 올바른 차 마시기에 대해 말하며 현대 사회가 멋이 없다고 꼬집었다. “보통 대화의 간격을 메우기 위해 차를 마시는 것으로 아는데, 초의 선사는 차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혼자 마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낮에는 구름을, 밤에는 달빛을 벗 삼아 마시면 차의 덕성을 훨씬 잘 깨우칠 수 있습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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