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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도 못막는 애도 물결… 합동분향소에 닷새 동안 16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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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도 못막는 애도 물결… 합동분향소에 닷새 동안 16만명

입력
2014.04.2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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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부디 하늘나라에선 편안히 쉬렴.”

종일 추적추적 비가 내린 궂은 날씨도, 1시간이 넘는 긴 기다림도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 열기를 막지는 못했다. 서울광장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설치된 분향소에도 이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27일 세월호 희생자 임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안산 올림픽기념관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아침부터 끊이지 않았다.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유독 많았다. 한때 1㎞를 넘는 긴 인간 띠가 분향소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까지 구불구불 이어지기도 했다. 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어린아이부터 불편한 다리에 지팡이를 짚은 노인들까지, 한 손에 우산을 들고 비에 젖은 흙 바닥을 걷는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두 살 배기 쌍둥이 아들을 각각 품에 안고 헌화를 마친 김종현(36)씨 부부는 “피해 학생들 중에 쌍둥이가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남일 같지 않아 조문을 왔다”면서 “아들을 안고 우산을 쓴 채 1시간 넘게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직접 와서 헌화를 하니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토요일인 26일 하루에만 4만6,000여명의 조문객이 방문하는 등 합동분향소 설치 이후 27일 오후 10시까지 닷새간 16만2,000여명이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추모객이 몰리면서 제단에 헌화할 국화가 동이 났다. 경기도 합동대책본부는 주말을 앞두고 10만여 송이의 국화를 준비했지만 이날 오전 11시20분쯤 모두 헌화됐다. 대책본부는 주변 화훼시장을 모두 뒤졌지만 국화를 구하지 못해 이후 조문객들에게는 국화 대신 검은색 근조 리본을 제단에 올리도록 임시 조치했다.

희생자들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될 때마다 합동 분향소에 모셔진 영정과 위패도 늘어 현재 안산 단원고 학생 136명과 교사 4명, 일반 탑승객 3명의 영정이 안치됐다.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 합동분향소는 28일 밤 12시까지만 조문객을 받고 29일 오전 6시부터는 정식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조문할 수 있다.

이날 오후 3시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서울광장은 밤 10시까지 6,000여명이 넘는 추모객으로 붐볐다. 오후 1시부터 분향소가 설치되는 과정을 지켜보던 40대 주부는 서울시 관계자에게“혹시 아이들 영정사진도 같이 설치되냐”며 “너무 슬퍼서 못 볼 것 같다”고 울먹였다.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유족 동의를 일일이 얻을 수 없는 상황 등을 감안한 정부 지침에 따라 영정사진과 위패를 모시지 않았다.

분향소 한 켠에 설치된 ‘소망과 추모의 벽’은 ‘우리에게는 기적이 없었네요, 하늘에서는 기적이 있기를…’, ‘형 누나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세요’라는 추모 글로 꽉 찼다.

정부 지침에 따라 경기 안산, 인천, 서울 지역 외에도 28일부터 전국 광역시ㆍ도에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위한 합동분향소가 운영된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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